<아이두 아이두> 12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은성(박건형)은 지안(김선아)에게 청혼할 때 아빠가 된다는 것에 대해 ‘궁금해졌다’고 말한다. 앞선 6회에서 지안 역시 출산을 결심하며 그 길이 “조금 궁금해졌다”고 했고, 태강(이장우) 또한 지안에 대한 감정을 “조금 궁금해진 정도”라고 인정했다. <아이두 아이두>에서 이처럼 인물들의 새로운 선택의 동력이 ‘궁금증’이라는 것은, 이 드라마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은연중에 설명한다. 즉 삶의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기로에서 이 작품이 말하는 “가보지 않았으면 영영 알 수 없”을 길에 대한 ‘궁금증’이란, 기존까지 고수해왔던 삶의 방식보다 새로운 길에 더 반짝이는 무엇이 존재한다는 유혹이나 다름없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는 은성의 말은 그것을 뒷받침한다.
<아이두 아이두>가 불편해지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지안이 독신을 고수하며 밤낮으로 일에만 매달려왔던 것은 여성이 그만큼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에서의 생존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일에 대한 열정과 성취감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갑자기 닥친 임신과 출산의 갈림길에서 드라마는 그제야 진정한 행복과 “진짜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결국 결혼과 육아의 길을 ‘가보지 못한’ 독신, 특히 여성의 삶은 불완전하고 미숙하다는 기존의 시선을 여전히 되풀이한다. 그것을 증명하듯 이 드라마는 곳곳에 모성 부재의 삶이 초래한 상처의 모티브를 숨겨 놓고 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태강, 의붓어머니 장 여사(오미희)로부터의 인정에 목말라하는 나리(임수향), 그리고 워킹맘 마성미(김민희)의 모정을 그리워하는 어린 딸까지. 그리고 마침내 ‘발목이’가 생긴 뒤 ‘어두운 느낌에서 설레는 느낌으로’ 변화한 지안의 구두디자인에 대한 재평가까지 내리며 그러한 주제를 재확인한다. 태강이 ‘리폼 전문가’라는 것과 지안이 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러한 새 성취를 이뤄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결국 <아이두아이두> 역시 ‘말괄량이 길들이기’식 가부장적 서사를 모성신화로 반복하는 것에 머문다. <아이두 아이두>가 아무리 일하는 여성과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외친다 해도 이 드라마에 싱글여성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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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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