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부회장 "다른 5인치대 스마트폰과 차별화해라" 주문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제품 출시를 코앞에 두고 전부 다 뒤엎자구요? 말도 안됩니다. 제 때 출시하지 못하면 안바꾸니만 못하니 예정대로 진행합시다."
팬택의 5인치 스마트폰 '베가 S5' 출시를 5개월여 앞둔 지난 2월. 장준영 팬택 책임연구원은 고민에 빠졌다. 당초 계획보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높이고 싶었지만 사양을 바꾸는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제품 출시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팬택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9일 만난 장준영 팬택 책임연구원은 "그 때부터 설득 작업이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형편없는 그릇에 담으면 맛이 반감된다. 1300만 화소 카메라로 우수한 화질의 사진을 촬영해도 디스플레이가 받쳐주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출시는 얼마 안남았지만 화면 해상도를 고화질(HD)급으로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주 출시되는 베가 S5는 국내 스마트폰 최초로 13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10월께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2', LG전자 '옵티머스 뷰 2'에 1300만화소 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 제조사 중 5인치대 스마트폰의 원조는 팬택이다. 팬택은 지난해 '베가 넘버 5'를 출시했다. 시장에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고 갤럭시 노트의 성공에 가려졌지만 팬택 내부에서는 5인치대 스마트폰 시장을 가장 먼저 열었다는 자부심이 크다.
이런 이유로 박병엽 부회장도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박 부회장은 "소비자가 몸의 일부처럼 느낄 수 있도록 편안하게 만들면서도 다른 5인치대 스마트폰과의 차별성을 고민해야 한다"며 개발팀을 독려했다.
카메라 기능과 함께 차별성을 담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디자인이었다. 갤럭시 노트, 옵티머스 뷰보다 휴대성이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장 책임은 "5인치로 가되 누가 봐도 딱 스마트폰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야 했다"며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내비쳤다. 그는 "미니멀이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며 "개발 초기 부품 배치만 수십 번은 뒤집었다"고 회상했다.
팬택은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기준으로 올 들어 6월까지 135만대를 판매해 LG전자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기대작인 베가 S5가 이번주 중 출시될 예정이어서 하반기 실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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