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여기가 전통시장 맞나? 대형마트 인줄 알았다”
군산공설시장을 처음 찾은 한 소비자의 말이다. 90년 전통을 가진 군산공설시장이 국내 최초로 마트형 전통시장으로 변신을 이뤄냈다.
전통시장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인심’빼고 다 바꿨다. 이건희 회장이 한창 위기를 겪던 삼성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었는데 이곳 군산시장은 전통시장의 매력포인트인 ‘인심’ 빼고는 다 바꾼 모습이었다.
군산 시장이 위협을 받은 것은 지난 2008년 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부터다. 군산의 대형마트는 공설시장 반경 1.5km내 시장과 중복상권이다.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연간 2214억원에 이르는 반면 공설시장은 158억원이다.
상권이 겹치면서 그 만큼 시장의 매출이 격감한 것. 대형마트들은 고용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장했지만 실상 그 부분도 기대 하였다. 김용구 군산시 지역경제과 과장은 “대형마트들이 인건비를 얘기하면서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하는데 군산지역에 인건비로 19억원 정도가 들고 이후에는 서울 본사로 다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장의 변화를 시작하게 된 것. 여름에는 덥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기 불편했던 시장은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무빙워크까지 도입했다. 또 상품수도 늘리고, 주부들을 위한 교육장도 마련했다. 기존에 마트에서는 찾을 수 없는 대장간과 제분소도 갖춰 차별화 시켰다.
군산시장은 2010년 개축을 시작해 올해 3월에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새로운 건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상품 품목이 2000~3000개 밖에 없었지만 새로 입주하면서 품목수가 8000개로 늘렸다. 1~2만개 정도로 품목 수를 늘인다는 계획이다. 품목이 다양할수록 젊은 사람이 더 찾을 것이라는 기대에 품목을 확대했고, 더 늘릴 준비를 하는 것.
흩어져 있던 업종을 한 자리에 모아 방문객들의 편이까지 고려했다. 군산시 한 관계자는 “상인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물건을 사러오는 소비자기 때문에 업종을 모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장 측은 경쟁력을 위해 80대 이상 나이가 많은 상인들을 내보내기도 했다.
3층에는 여성교육장을 마련해 반찬 만들기, 컴퓨터, 통기타 등 주부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제분소에 깨를 볶으러 온 40대 주부는 이곳 방문이 처음이라고 했다. 소문만 들었는데, 실제로 와 보니 깨끗해서 전혀 시장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주말에 마트만 갔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시장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앞으로 애들과 장보러 여기에 와야 겠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곳 공설시장은 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아서 평일에 비해 매출액이 40% 가량 높다. 공설시장 측은 2,4주차에 마트가 쉬는 SSM규제법 이후 매출액이 더 증가했다고 밝혔다.
군산공설시장에서 31년째 한약재 판매를 하고 있는 길병구씨는 주말이면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쇼핑카트가 전부 동이 난다고 했다. 그는 “그만큼 고객이 젊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어떤 부를 누리겠다는 게 아니라 이대로 꾸준히 우리 상점을 운영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한약재가 한 곳에 모여 있어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서로 모여 있으니까 우리 물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데서 사니까 오히려 우리끼리 경쟁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창호 군산공설시장 상인회장은 “군산시가 공설시장 상인들을 위해서 노력해준 만큼 우리도 노력하겠다”며 “군산공설시장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전통시장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전북)=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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