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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경련 '국회의원 자녀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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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경련 '국회의원 자녀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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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올 초 최고경영자(CEO)들이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주목한 적이 있다. 이 회사가 18세 이상 1000명에게 실시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조사였다.


우리나라 국민이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도는 31%에 그쳤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 역시 30%에 불과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하지 못한 관행과 소통 부족, 위기 시 무책임한 행동, 비윤리적 행동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불법 비자금을 주고받았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기업 간 정경유착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불신의 눈을 거두기 어렵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는 정치권력과 국민을 채용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성을 촉구하는 의미 있는 결과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재연되고 있다. 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대 국회의원 자녀를 대상으로 4박5일간 무료 캠프를 진행한다는 소식이다.


2010년에 이은 두 번째 행사로 전경련은 참가비를 전액 지원하며 "차세대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네트워크 형성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뿐만이 아니라 대학생이나 사법연수생, 중·고교 선생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의 내용을 떠나 시기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앞선다. 최근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가운데 자녀 교육을 미끼로 정치권에 아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아울러 국회의원 자녀라고 해서 차세대 리더라는 특권을 누려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의원들이 누려 왔던 무소불위의 권력과 특권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은 국민의 눈에 특권을 세습하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전경련 측은 “올바른 경제관을 심어주는 것이 이번 캠프의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올바른 경제관을 심어주는 것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깨끗하게 하고 특정 계층의 특권을 없애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19대 국회의원과 전경련 관계자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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