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 칼럼]獨, 그리스에 진 빚 먼저 갚아라

시계아이콘01분 35초 소요

[데스크 칼럼]獨, 그리스에 진 빚 먼저 갚아라
AD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그리스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는 긴축안에 대해 그리스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리스만 옥죄어 유로위기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아랑곳없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의 구제금융 이행 조건 완화 가능성을 줄곧 일축해왔다. 그리스 사태는 부패하고 비생산적인 그리스인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그들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그리스인들이 선조 덕에 그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고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 벌어먹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독립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달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체코공화국ㆍ그리스ㆍ이탈리아ㆍ폴란드ㆍ스페인 등 유럽 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유로와 유럽연합(EU)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설문 가운데는 EU 회원국 중 어느 나라 국민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느냐는 항목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리스인들의 답이다. 다른 7개국 국민 모두 독일인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고 답한 반면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얘기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유럽에서 최장시간 일하는 국민이 바로 그리스인들이다. 이들은 연 평균 2017시간 일한다. OECD 평균은 1718시간이다.


물론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생산성이 낮은 나라의 근로자들은 근무 시간이 길다.

그리스의 낮은 생산성은 규제와도 연관 있다. 관광은 그리스 제1의 산업이다. 관광산업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책임진다. 문제는 규제다. 일례로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 카니발앤프린세스는 그리스 선원 비율을 엄격히 정한 규정으로 그리스에 취역하지 못한다. 크루즈선은 그리스 대신 터키의 이스탄불이나 이스라엘 항구를 이용한다. 그리스에서 개발은 극도로 제한돼 있다. 빌라와 살림집은 주요 호텔 인근에 지어야 한다. 심지어 부동산 개발업자가 집이나 빌라를 파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빌려주는 것만 허용된다. 골프장 개발도 어려워 그리스에 존재하는 골프장은 겨우 6개다.


그렇다고 그리스 국민만 탓해야 할까. 그리스인들이 독일과 긴축안에 분노하는 데는 역사의 앙금도 한몫하고 있다.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그리스로부터 앗아간 전쟁차관을 상환하지 않고 국가 이름으로 자행한 전쟁범죄에 대해서도 배상하지 않고 있다. 1941년 5월 그리스로 진격한 나치 독일은 재화와 식량을 닥치는대로 약탈했다. 그 결과 그리스인 수백만명이 물자 부족과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사망자만 30만명을 웃돌았다.


나치 독일은 그리스 중앙은행으로 밀고 들어가 강제로 '전쟁차관'까지 얻어냈다. 당시 강탈해간 전쟁차관은 지금까지 한 푼도 상환하지 않았다.


1944년 6월 델포이 신전 인근 디스토모 마을에서 자행된 나치 친위대의 잔인한 학살로 주민 218명이 무참히 살해됐다. 하지만 학살에 관여한 친위대 출신 독일인 가운데 처벌 받은 이는 한 사람도 없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만 고려할 경우 독일에 대한 그리스의 전쟁차관이 오늘날 16조2737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통상적인 금리 3%를 가산하면 전쟁차관 규모는 무려 108조4913억원으로 늘게 된다. 이는 향후 5년 동안 그리스 재정적자를 충당하고도 남는 규모다. 이것만 돌려 받아도 그리스는 경제를 재건할 수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독일에 상환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독일 중앙은행은 3500t이 넘는 금을 보유하고 있다. 돈으로 따지면 358조원이다.


그리스인이라면 으레 독일에 이렇게 요구할 것이다. "우리에게 진 빚부터 갚으라"고.






이진수 기자 comm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