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사의 품격> 기자간담회
SBS <신사의 품격>은 방송 전부터 장동건, 김하늘, 김은숙 작가 등의 이름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이번 주에는 일요일의 최강자였던 KBS <개그콘서트>를 제치며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반면 출연자와 제작진의 면면을 보면 20%는 아직은 배고픈 수치일 수도 있고, 작품에 대한 평도 엇갈리곤 한다. 그러나 지난 22일 오후 열렸던 <신사의 품격>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주연배우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김하늘에게 이 작품은 이미 성공인 듯하다. 그들은 끊임없이 화제작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말했고, “즐겁고, 재밌다”는 표현을 빼놓지 않으며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사의 품격>의 어떤 점이 그들을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었을까. 드라마가 앞의 10부를 끝내고 뒤의 10부를 남긴 지금, 배우들이 말하는 <신사의 품격>의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김수로 “인기 인기를 실감 하냐고? 그냥 잘 될 줄 알았다”
최고의 호흡 남자 넷이 밤새 촬영하면 정말 재밌다. 워낙 성격도 잘 맞고, 관심사가 비슷하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견해를 얘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단 한 번의 충돌이 없었다. “이건 A야” 하면, “그래, 그래. A야”하고, “이건 B야”하면, “어, 그래. 맞다. B지” 한다. 이런 경험이 다른 멤버들에게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떻게 0.1초의 섭섭한 마음도 들지 않고 이렇게나 뭉칠 수 있을까 싶다.
임태산은 마초 같다고만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넷 중 가장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성향이면서도, 순간순간 가장 즉각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재밌을 때는 넷 중 가장 재밌어하고, 친구나 주변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반응한다. 순간을 표현하면서 솔직하게 사는 거다. 예를 들면, 윤이가 사별했을 때의 사진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 같은 거. 이런 면이 태산의 숨겨진 매력이다.
태산의 사랑이란 뭔가 한 곳에 ‘꽂혔다’는 생각을 하면서 분석했다. 태산은 한 번 사랑하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다. 그게 이 친구의 매력이다. 사랑을 이어나가기 위해 잘못된 것은 고치고, 필요하다면 기다려주는 등의 노력을 무던히 한다는 점이 참 남자답고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 나오게 될 태산의 새로운 부분들은 또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지 굉장히 궁금하다. 호기심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다.
<신사의 품격>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40~50대는 좀 외로워지는 시기다. 그런 때에 친구끼리 아픈 것은 서로 문질러 주고, 어떻게든 이겨나가면서, 웃으며 살아가려는 이야기가 <신사의 품격>이다. 함께 있는 10시간 중 9시간 50분 시시껄렁한 이야기 하다가 딱 10분 위로해 주는 것만으로도 되게 위안이 되는 거다. 그런 네 명, 그런 인생, 또 그런 사랑을 조명하지 않나 싶다.
장동건 “가볍고 유쾌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해왔다”
오랜만의 드라마 최근 야외촬영을 꽤 다녔다. 방송이 되기 전의 야외촬영 때와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했던 야외촬영 때의 현장 반응이 정말 다르다. 얼마 전에는 상하이 영화제에 참석하러 중국을 다녀왔는데, 중국 분들이 “김도진! 김도진!” 하면서 옷핀 두 개 꽂고 나와 계셨다. ‘영화와 다르게 드라마는 정말 반응이 빠르게 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랜만의 드라마, 정말 재밌게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가볍고 유쾌해지고 싶었다 이제껏 내가 한 역할들이나 작품들은 대체로 무거웠다. 가볍고 유쾌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7년 전부터 해왔다. 그리고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신사의 품격>은 바로 이전 신에서 심각하게 여자랑 싸웠다가, 다음 신에서는 네 남자가 모여 시시덕거리는 식의 전환이 종종 있는데, 기존에 내가 했던 작품들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런 점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약간 걸렸던 것 같다. 지금은 재밌게 하고 있다. 현장에서 코미디 연기를 할 때 굉장히 즐겁고, 그걸 준비해가는 마음도 즐겁다. 오히려 내가 좀 넘치게 해서 감독님이 좀 덜어 달라고 하는 정도다.
도진의 양면성 김도진은 일단 기본적으로 까칠하고, 예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렇게나 까칠한 남자 김도진이 하는 행동과 말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으로 작용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서 좀 더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내는데 집중 하고 있다. 까칠하지만 인간적이라는 양면성이 김도진이라는 캐릭터를 호감으로 느껴지게 하는 매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노출 신 부담스러웠다. 평소보다 체중이 많이 빠져 있다. 멋지게 보여드릴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서, 부담이 많이 됐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 보다는 괜찮았던 것 같다.
김민종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내 이름을 찾게 해준 작품”
김민종이라는 이름 <신사의 품격>은 아주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내 이름을 찾게 해준 작품이다. ‘김종민’에서 ‘김민종’으로. (웃음) 왕성하게 활동할 때는 내 이름을 모두 알고 계셨는데, 내가 조금 활동이 뜸하고 조용히 지내다 보니, 가끔 마주치면 “어? 우와! 김종민이다!”하셨다. 많은 분들이 이름을 이제 제대로 ‘김민종’이라 불러 주시고 계셔서 ‘드라마의 힘이 이런 거구나.’ 느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내 이름을 되찾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소녀시대 춤추기 수영 씨 앞에서 춤 출 때 정말 힘들었다. ‘아, 이거 철판을 어떻게 깔고 춤을 춰야 되나’했다. 감독님께서 원래 좀 여러 번 찍으시는 편이다. 서너 번만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테이크가 열 번째쯤 가니까 너무 민망했다. 그 때 마음속으로 계속, ‘이건 무조건 이겨 내야 된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다. 그분 앞에서 온갖 재롱을 계속 떨어야 했던 그 때 참 힘들었다.
윤에게는 아픔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계속 찾고자 했던 부분, 조금은 찾았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친구만의 코믹함이다. 아픔이라는 어두움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최윤이지만, 그에 상반되는 코믹한 요소도 만들어 나가려 하고 있다. 어둡기만 하면 너무 재미없지 않나. 친구들하고 있을 때는 한 없이 철부지이기도 하면서, 속에는 여전히 아픔도 품고 있는 인물로 잡아가고 있다.
메아리와의 로맨스에 대해서는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윤은 지금 사별의 아픔을 갖고 있고, 메아리는 가장 친한 친구의 동생이다. 드라마 속이지만 현실적으로 이 사랑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또 윤이 대사 중에 “운명이라면 사랑은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도 정말 궁금하다. 메아리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늘 기대하면서, 설레면서 촬영 중이다. 다른 연기자들은 스킨십이 있는데 나는 없다고 했더니, 볼 뽀뽀 신을 만들어 주셨더라. 여전히 부족하다. (웃음)
이종혁 “정록을 연기하는 게 즐겁고 재밌다”
정록은 철부지 같고, 순수하다. 그런 모습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철이 없어서 미울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너무 비호감이지 않도록 그려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약간 귀여운 면도 있지 않나. 꼭 이런 부분을 포인트로 잡고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이고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민숙과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9부에 일종의 베드신이 있었다. 정록이 민숙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여보, 어떡해? 오늘 그냥 자?” 하니까, 민숙이 “나는 뜨거운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따뜻한 걸 바라는 거야”라고 했다. 그 말에 정록이 정신을 조금 차렸는지 민숙에게 이벤트 같은 것도 해줬다. ‘아, 내가 너무 신경을 안 썼구나’ 하면서 느낀 게 좀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점점 더 민숙과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그냥 계속 철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작가님 손에 맡겨진 부분이고. 나는 어쨌든 지금 정록을 연기하는 게 즐겁고 재밌다.
카리스마는 없는 걸로 이제까지는 많은 분들께서 나를 악역이나, 차가운 혹은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로 기억하고 계셨다. 이번에 좀 그런 틀을 좀 깰 수 있을 것 같아서 배우로서 기분 좋다. <신사의 품격>에서는 이정록이라는 역할을 최대한 열심히 해서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나의 목표다.
김하늘 “이수의 매력을 점점 더 느낀다”
김하늘보다 서이수 가끔 야외촬영을 나가면 내 이름보다 내 역할을 많이 불러 주신다. 극 초반을 연기할 때는 서이수의 발랄하고 밝고 긍정적인부분에 많이 빠져있었다. 그래서 잘 못 느꼈는데, 요 며칠 멜로부분이 좀 붙으면서 이 친구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순수하다는 걸 느꼈다. 순수해서 사랑에 있어서도 아무리 아닌 척해도 다 티가 나는 사람이다. 요즘엔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연기한다.
네 명의 오빠들 최근에 항상 연하 친구들이나 또래 친구들과 연기를 했다. 그런데 이번엔 네 명 다 오빠인 거다. 사실 낯가림이 있어서 나이 차가 있는 분들께 항상 ‘선배님’이라고 하는데, 나를 정말 예뻐해 주셔서 그냥 보자마자 ‘오빠’가 됐다. 촬영할 때는 물론 연인 같고, 짝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현장에서 늘 네 오빠들의 예쁜 막내 동생이 된 기분이다. 오빠들과 1:1로 촬영할 때 느낀 점이 있다. 오빠들이 맡은 극 중 캐릭터와 다들 비슷한 구석이 있다. 평소에 느꼈던 오빠들의 이미지랑 극 중에서 역할마다 하는 느낌들이 정말 그 역할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을 때 깜짝 놀란다.
내가 너무 웃기다 얼마 전 방송분 중에 내 연기가 너무 웃겨서 계속 혼자 웃느라 NG를 엄청 냈던 신이 있다. 도진과 술을 마시다가 도진이 이수에게 키스를 하려던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정록이 나타나니까 당황해서 내가 바닥에 확 쓰러져 잠든 척 하는 신이다. 그 상황과, 내 연기가 스스로도 너무 웃긴 거다. 바닥에 엎어져서는 혼자 계속 웃었다. 그런 장면을 연기할 때마다 참 행복하다. 그렇게 이수의 매력을 점점 더 느끼면서, 기분 좋게 연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SBS
10 아시아 글. 이경진 인턴기자 r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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