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퇴로 수익성 계속악화될 것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이탈리아 은행들이 3대 악재로 악전고투하고 있다.유럽 국채위기에 따른 경기후퇴로 부실대출이 급증하면서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주가는 급락하면서 은행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 중앙은행 통계를 인용해 기업과 가계 부실대출규모는 4월 말 현재 1090억 유로(미화 1380억 달러.한화 15조9350억원)로 1년 전에 비해 15%가 증가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탈리아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총 대출중 부실대출 비율은 2008년 6월 3%에서 3월 말 현재 5.4%로 껑충 뛰었다.
상각을 제외하고 손실처리된 금액도 500억 유로에서 580억 유로로 증가했다.
문제는 경기후퇴로 대출자들의 융자금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어 부실대출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며,이에 따라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도 불어나 은행의 수익성을 크게 갉아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성장이 거의 정체된 데 이어 올해는 1.4% 하락할 것으로 유럽집행위원회는 추정하고 있다. 4월 실업률은 12년 사이 가장 높은 10.2%까지 올라갔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이같은 경기후퇴로 부실대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부실대출 충당금을 증액하는 데 최대 420억 유로가 필요할 수도 있다.
모건스탠리 프란체스카 톤디 분석가는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자산건전성과 높은 부실대출금은 자본금수준과 내부 자본 창출이 충분한 완충자본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은행에게는 문제 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수익하락과 초라한 경제전망을 이유로 이탈리아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고 추가 강등을 예고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14일 보고서에서 “경기후퇴 결과 추가 악화가 예상된다”면서 “부실대출 증가는 무수익 자산을 늘리고 대손충당금 필요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금융서비스 업체인 노무라홀딩스와 투자은행인 키프 브뤼엣 앤 우즈(Keefe, Bruyette &Woods) 등은 속속 올해 이탈리아은행의 수익전망을 낮추고 있다. 노무라는 지난 14일 이탈리아은행의 주당 순이익(EPS)이 향후 3년 간 연평균 10%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들도 13대 은행의 EPS 중앙값 추정치를 올해 평균 17% 낮췄다.
이런 요인 때문에 이탈리아 주요은행들의 주가는 폭락중이다. 제1은행인 우니크레디트 SpA의 주가는 밀라노거래소에서 올들어 39%나 하락해 시가총액은 150억 유로로 줄어들었다.
이탈리아 2위 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 주가 역시 20%가 하락했고, 3위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치 디 시에나도 26% 떨어졌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안토니오 리쪼 분석가는 지난 11일 투자자 서한에서 “이탈리아 읂애 주식은 현재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좌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의 재난은 이 뿐이 아니다. 은행 신용도의 측정 지표중의 하나인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도 치솟고 있다. 우니크레디트의 우선순위 채권 CDS는 지난 3월 19일 292bp(100bp=1%)에서 지난 19일 532bp로 급등했다.
인테사의 CDS도 같은 기간 272bp에서 483bp로 상승했고 몬테 데이 파스치는 거의 두배 수준인 662 bp로 상승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보유국채 비중이 높은 것도 수익성을 잠식하고 있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올들오 이탈리아 국채 보유규모를 850억 유로 증가한 2950억 유로로 늘렸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지난해 12월부터 1% 이자를 주고 총 2550억 유로를 대출받아 높은 수익률을 주는 이탈리아 단기 국채에 투자한 것이다.
그런데 수익률이 갈수록 뛰고 있어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행감독청(EBA)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2차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이탈리아은행들의 3·4분기 말 현재 국채보유액을 반영해 상위 5대 은행의 자본부족액을 154억 유로로 평가했다.
독일 함부르크의 베렌베르크 은행의 페드로 폰세카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자본탈출이 역전되지 않는다면, 이탈리아 은행들의 중앙은행 자금 의존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이탈리아은행의 디폴트는 아직은 요원하며,은행의 자금압박도 관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