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무더위에 횟감 찾는 손님 뚝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임대료 때문에 나온거지. 생선은 가만 있어도 산도가 떨어져서 빨리 팔아야 하는데, 속상하네.”-해남수산 김정남(63)씨.
“평일 낮에는 아예 손님이 없고, 하루 종일 팔아봐야 한두 마리 팔까. 돈벌이는커녕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한마디로 죽을 맛이야.”-현대수산 김신영(58·여)씨.
17일 낮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노량진 수산시장이 썰렁하다. 불황에 이른 여름까지 겹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상인들은 하나 같이 “일본 방사능 때도 이렇진 않았다”며 불황에 손사래를 쳤다.
올해는 생선 출하량이 늘어 값도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보니 답답할 노릇이다. 지난해 1만8000~2만원 하던 광어의 경매가는 현재 1만3000원 정도다. 또 제철인 병어도 지난해 15kg당 20만원에서 올해 5만원으로 떨어졌다.
40년간 수산업계에서 일했다는 손정길(67)씨는 “차를 찾아보기 힘든 것을 보면 확실히 장사가 안되는 것”이라며 “물량이 많이 풀려서 싼 데도 팔리지 않으니 문제”라고 토로했다. 손씨는 이어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해 매출이 30~40% 줄었다”며 “휴가철인 7~8월이 되면 손님이 더 없을 텐데 큰 일이다. 현상유지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상인 이민수(39)씨도 “불황에 무더위로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며 “그나마 제철 생선인 민어나 병어가 조금 팔리고 있어 연명하는 수준”이라고 푸념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여름 비수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씨는 “재고가 나면 생선이 상해 앞으로 하루 장사할 수 있는 물량만 구입, 재고가 남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10년 전부터 생선을 팔았다는 최현진(56·여)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먹고 살만했는데, 올해는 너무 힘들다”며 “생활이 어렵다보니 올해 대학들어간 아들놈이 휴학하고 군대를 간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머금었다.
2층 음식점들도 한가한 건 마찮가지. 음식점 종업원들은 졸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고, 한 종업원은 심심한 듯 1층을 쳐다봤다. 이 종업원은 “윤달이 껴서 여름이 빨리 왔다”며 더운 날씨를 원망했다. 또 다른 음식점 종업원도 “아직 음력으로 5월인데 이렇게 더울 수 있냐”며 “나야 나이가 많아 용돈 번다치고 나오지만 애들 있는 집은 어떡하냐”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요즘은 시장에서 20~30대 젊은 친구들을 보기 힘들다. 예전에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였는데 요즘은 손님이 대부분 40~50대의 중장년층”이라며 “젊은 친구들이 시장을 많이 찾아 활기를 북돋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을 힘들게 하는 건 이른 여름만이 아니었다. 여름마다 빠지지 않는 식중독 보도에 손님 발걸음이 더 끊겼다는 불만이다. 20년간 생선을 팔았다는 김장호(52)씨는 “어류에 따라 다르고 사람 체질에 따라 다른 건데 그런식으로 보도되면 우리 상인들은 다 죽는다”며 “패류나 조개류에 식중독이 있고 생선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 곳곳에는 생선의 핏물이 고여 있었고, 30도에 가까운 날씨 탓인지 역한 피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시장 상인들이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오는 2016년까지 시장건물을 신축하는 현대화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김재연 기자 uke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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