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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임신했다…남편들아, 철분제 챙겨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7초

초기 빈혈 알약으로…28주 후엔 주사도 OK

-임신 중 필요한 철분 1240mg
-'페린젝트' 한방이면 1000mg
-보험 적용 안 돼…6~7만원 선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아이를 가졌다는 기쁨도 잠시, 임신은 신체적 고행의 연속이다. 엄마의 온 신경은 태아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뱃속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된다. 음식 하나도 허투루 먹지 않는다.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챙겨먹고 골고루 영양을 섭취했나 따져본다. 그래도 피하기 힘든 골칫덩어리가 있다. 임신 중반기 이후 유독 심해지는 빈혈이다. 그래서 어떤 철분제를 먹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산모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임신부 빈혈, 산모와 태아 건강에 적신호= 임신을 하면 산모 혈액을 통해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한다. 때문에 혈액량이 평소보다 50% 급증한다. 그러나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는 그만큼 늘지 않는다. 이렇게 혈장량보다 적혈구량이 적으면 철 결핍성 빈혈이 온다. 특히 태아의 성장이 완성되는 임신 중기에는 태아에게 가는 혈액량이 더 많아져 빈혈이 심해진다. 임신부의 빈혈 유병률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빈혈이 분만 후 아이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태아 프로그래밍' 가설도 제기됐다. 자궁 내 환경이 태아의 성장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이정재 순천향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 속 환경이 각인돼 수십년 뒤에 생길 각종 성인병의 모든 원인이 태아 때 일어난다는 뜻"이라며 "그만큼 임신부 건강이 태아의 건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신부 입장에선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빈혈은 피로와 소화 불량 등 경미한 증상에 그친다. 하지만 빈혈을 방치하면 임신 초기 자연유산 증가·조산 등 출산의 어려움 뿐 아니라 모유 분비 감소·산후 우울증·면역기능 장애·감염 등도 따라온다.


임신부 빈혈에 대한 기준이 엄격한 이유다.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은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가 12g/dl 이하일 때 빈혈이라고 본다. 그러나 임신부는 이 기준이 10.5∼11g/dl 이하로 강화된다.


◆임신 중 철분제 언제, 어떻게 복용할까= 임신부 빈혈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를 숙지했다면 다음 질문은 "철분제를 먹어야 하나"로 이어진다. 임신 16주 이후부터는 체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급감해 반드시 별도의 철분을 보충해야 한다. 임신 중 필요한 철분량은 1240mg. 이 정도의 철분량은 고기나 간, 해조류 등 음식을 통해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임신 중 철분제를 복용하도록 권고한다.


철분제는 먹는 철분제와 주사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우선은 먹는(경구용) 철분제를 선택하는데 초기부터 정도가 심하다면 정맥주사형 철분제를 고려할 수 있다. 단 임신 28주부터는 정맥주사를 1차 선택제로 사용한다.


철분제를 섭취했다고 해서 바로 빈혈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보통 섭취한 철분량의 10% 정도가 소장에 흡수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정맥주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철분을 환자의 정맥을 통해 투여해 혈액 내 적혈구 비율과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 농도를 높이는 제제로 투여 5분 내 조혈작용에 참여, 신속하게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인다.


정맥주사는 ▲경구용 철분제 복용 후에도 효과가 2주 이상 없는 환자 ▲임신 3주기(28주) 이후 빈혈 환자 ▲수술 전·후 등 단기간 고용량의 철분 보충이 필요한 환자에게 1차로 추천된다.


이정재 교수는 "고용량 철분주사는 병원에 여러 번 방문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변비 등 경구용 철분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 "특히 병원 왕래에 부담을 가진 임신부들의 사용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대 1000mg의 고용량 철분을 1번에 맞을 수 있는 유일한 철분주사로 '페린젝트'가 있다. 기존 정맥주사형 철분제 '베노훼럼' 용량(20mg)의 50배나 된다. 다만 가격이 문제다. 페린젝트는 현재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환자가 6~7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베노훼럼은 5900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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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주사형 철분제…수혈 대체로 사용도= 정맥주사형 철분제는 출산이나 수술 등 혈액 손실이 많은 의료시술 과정에서 수혈 대체요법(무수혈 치료)으로도 활용된다. 수혈용 혈액 부족과 에이즈·간염·광우병 등 수혈로 인한 감염 및 부작용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다. 특히 국내 헌혈량은 필요량의 3분의 2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는 중국 등지에서 수입된다.


무수혈 치료에는 수술 시 출혈을 최소화 해 적혈구 생산과 철분 흡수를 증가시키는 약물을 사용한다. 경구용 철분제와 정맥주사형 철분제, 조혈 호르몬(EPO)제 등이 대표적이다. 수술 전 자기 혈액을 예치해 수혈하는 자가 수혈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한꺼번에 많은 양을 뽑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은 "무수혈 치료가 혈액 수급 문제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약물이 사용되고 있지만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의 편의성, 안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정맥주사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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