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 등 15명이 지난 5일 공동발의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안)'은 현행 법률안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는 게 뼈대다.
부양의무자 기준이란 부모나 자식, 배우자가 자동차ㆍ집 등 재산을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140여만원, 1인가족 기준 53만여원)의 185% 이상 가진 경우 기초생활수급권을 못 받게 하는 규정이다.
본인의 형편만을 따지면 수급 대상에 드는 빈곤층인데도 관계가 끊겨 남남처럼 살거나 소식도 듣지 못하는 가족의 재산 때문에, 즉 부양의무 기준에 발목을 잡혀 수급권 사각지대로 내몰린 사람이 최소 103만명 가량 된다고 정부와 정치권은 추산한다.
개정안은 이를 바로잡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바탕으로 수급 기준을 현실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개정안은 통과가 쉽지 않은 법안이다. 2008년 처음 발의된 이후 본회의는커녕 상임위에서조차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정부의 반대 때문이다. 정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복지 분야에 책정된 예산은 약 36조원이다. 건강보험ㆍ국민연금, 보육 관련 비용 등이 모두 여기에서 나간다.
지출하지 않을 수 없는 비용이라서 조정의 여지가 당장은 없다. 개정안대로라면 연간 약 9900억~2조7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2일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예산이 추가로 편성되지 않는 한 보장급여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사회보장심의위원회가 열렸으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문제에 관해선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의원 등은 재정개혁ㆍ복지개혁ㆍ조세개혁을 단행하면 돈 문제는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재정개혁은 낭비ㆍ중복 예산과 시급성이 낮은 예산을 삭감해 지나친 재정 팽창을 억제하는 것이, 복지개혁은 복지전달체계 및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세개혁의 골자는 현 정부의 부자감세정책 등으로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하고 계층별 조세부담률을 적정하게 바로잡아 세수를 늘리자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차기 정부 집권 기간 기준) 동안 연 평균 약 33조원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 4ㆍ11총선에서 제시한 보편적복지 구상의 재정적 근거이기도 하다. 33조원의 일부만 사용해도 억울하게 수급권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기초생활을 위한 보장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결국 '정치'다. 정부가 입장을 갑자기 바꿔 개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
여야가 지난 4ㆍ11총선을 거치면서 복지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한만큼 개정안이 의외로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개정안 발의에는 새누리당 김세연ㆍ김태원 의원도 참여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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