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상생협력 표방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 확 달라졌다. 지난해 극심한 노사분규와 농성으로 사측과 갈등을 빚으며 1년 가까이 총파업을 벌였던 노조가 노사 간 상생협력을 외치며 회사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4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한진중공업 노조는 부산 영도조선소 앞에서 경영 정상화 및 조기 수주를 촉구하는 선전전을 열었다.
기존 노조가 지난해 내내 총파업을 벌였던 데 비하면 '환골탈태(새로 태어남)' 수준이다.
이례적으로 노조가 수주 성사를 위해 사측의 분발을 촉구하며 위기극복에 나선 것은 휴업 장기화에 따른 직원들의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조선시황 침체 여파로 대부분의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이 선가 폭락과 선주들의 발주 취소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한진중공업 역시 함정 등 일부 특수선 분야를 제외하고 노조 파업 이후 단 한척의 수주도 없어 일감마저 소진된 상태다. 지난해부터 직원 절반 이상이 휴업에 들어가 영도조선소 내부에는 적막감만이 감돈다.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 노조가 지난달 출범하면서 '노사상생'을 표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의 강경 투쟁 노선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와 독립된 기업별 노조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새 노조는 노사문화 혁신과 노사 간 상생협력을 통해 조합원의 실익과 고용안정을 추구할 방침을 밝혔다. 이로 인해 설립 일주일 만에 전체 조합원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며 조합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달 현재 전체 조합원 705명 중 558명이 가입해 사실상 대표 노조로서 입지를 굳혔다.
김상욱 노조위원장은 "조합원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가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대내외적으로 수주여건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노조에서도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에 적극 동참하는 등 일감 확보를 위한 역할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도 "타사는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함께 선주를 만나 영업활동을 펼쳐 수주에 성공하기도 한다"며 "어려운 조선시황을 극복하고 회사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노사가 합심해 수주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