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수입 중형차 고객, 그랜저가 흡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내수시장에서 월평균 8000대가 판매되고 있는 준대형차 그랜저가 수입차 시장 확대를 막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0만~4000만원대 수입차 고객들이 교체대상으로 그랜저를 염두에 두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 초 개설한 수입차 비교시승센터에서 그랜저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4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 국내영업본부가 올 초 3개월간 그랜저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입차 고객이 그랜저를 선택한 비율은 14.2%로, 2008년 3.1% 보다 10%p 넘게 상승했다. 직전해인 2010년 1.9%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초 그랜저HG가 출시되면서 수입차 고객의 구매 비중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풀이했다.
특히 도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등 국내에서 판매실적이 좋은 3000만~4000만원대 중형 수입차 구매고객의 그랜저 전환이 두드러졌다. 그랜저를 구매한 수입차고객 10명중 3명이 캠리와 혼다 보유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벤츠 C클래스와 렉서스 IS, 아우디 A4 구매 고객도 그랜저 구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대차는 그랜저가 수입차의 중형차와 준대형차 사이에 포지셔닝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꺼번에 가격을 높여 갈아타기가 어려운 만큼 중간에 위치한 그랜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4000만원 이하 중형 수입차를 경험했던 고객들이 가격부담 등의 이유로 차급을 올리지 못하고 대안으로 그랜저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요타 캠리는 3390만원, 혼다 어코드 3.5는 4120만원 정도인데, 이 보다 상위급인 벤츠 E클래스와 렉서스 ES350 등은 5000만~6000만원대에 달한다. E300은 6880만원, ES350은 5210만원이다.
반면 그랜저 가격은 최고 4348만원으로 같은 급의 수입차 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현대차 분석 결과 그랜저 구매 시 고객들은 기아차 K7와 렉서스 ES350, 벤츠 E클래스 등을 비교 대상에 포함했다.
결국 그랜저가 5000만원 이상 가격대의 신차 구입을 망설이는 부동층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현대차는 그랜저를 통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그랜저 구매 이후 승차감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온 만큼,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그랜저가 수입차 고객의 유입통로로 나타난 만큼 고급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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