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지난해 공동 행보를 취했던 PC방 업계 양대 단체가 1년 만에 갈라섰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둘 다 게임업체 넥슨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PC방 업주들의 모인인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문화협회)는 최근 들어 넥슨을 상대로 서로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움직임에 나선 건 협동조합 측이다. 이달 초 넥슨을 상대로 오과금 문제, 끼워팔기 등을 지적한 데 이어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 30일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회원사들을 모아놓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최승재 협동조합 이사장은 "게임개발 넥슨의 착취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송, 불매 운동 등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강경한 자세와 달리 문화협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화협회는 넥슨 자회사인 넥슨네트웍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넥슨네트웍스가 올 하반기에 문화협회 소속의 PC방을 지원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 사는 지난 1월에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넥슨 측이 영세 PC방에 게임 무료 사용 시간을 제공하고, PC방 업주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식이다. 넥슨 관계자는 "대상 업체 선정은 문화협회 측에 일임했다"며 "이번에 체결한 업무협약은 상반기 지원사업을 더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양 단체의 엇갈린 행보를 두고 조직 간 세 과시의 성향이 짙다고 분석하고 있다. 회원사들의 지지를 얻고 조직을 키우기 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이익 챙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1년 이후 PC방 업계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왔다"며 "한 곳은 넥슨을 공격하며, 다른 곳은 손잡으며 살 길을 찾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PC방 업계를 대표하는 조직은 문화협회였다. 지난 1998년 설립된 한국인터넷PC대여업협회가 모태인 문화협회는 지난 2001년 현 이름으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 2007년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현 협동조합)이 설립되며 본격적인 양대 단체 체계로 접어들었다. 현재 양 단체는 모두 약5000개사의 회원사(문화협회는 자체추산 1만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근 문화협회 중앙회장은 "그동안 게임업체들과 꾸준히 대화를 하며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해 왔다"며 "앞으로도 PC방과 게임업체 간 상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협동조합 이사장은 "문화협회는 본질적으로 이번 넥슨 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입장이 다른 만큼 앞으로도 공동 행보를 취하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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