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전력을 보강했다. 2008년 창단 이후 사실상 첫 투자였다. 액수는 상당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난 이택근과 4년간 계약금 16억 원, 연봉 7억 원, 옵션 6억 원 등 총 50억 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월 18일에는 계약금 10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1억 원 등 총 16억 원에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현을 데려왔다.
두 선수 영입에도 불구 다수 야구 전문가들은 시즌 개막 전 넥센의 순위를 하위권으로 예상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난 시즌 선발진은 타 구단에 비해 허약했다.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브랜든 나이트는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3일까지 9경기에 출전해 5승(1패)을 챙겼다. 올 시즌 선수단에 처음 합류한 벤 헤켄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 7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하며 마운드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투수들의 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심수창, 문성현 등이 다소 부진하지만 김영민, 장효훈 등이 잇단 호투로 공백을 120% 이상 메운다. 선발 로테이션에는 자연스럽게 안정감이 더해졌다. 여기에 가세한 김병현은 투수왕국의 부활마저 예고한다.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 평가받는 중간계투진도 최근 급성장했다. 쌓여가는 마운드 경험 속에 조금씩 노련미를 발휘한다. 여기에 든든한 마무리 손승락은 여느 때처럼 제 몫을 잘 해낸다.
사실 가장 놀라운 건 타선이다.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데뷔 16년차 최저연봉(4200만 원)의 정수성은 올해 프로야구 최고의 1번 타자로 거듭났다. 여기에 2번의 장기영은 기존의 빠른 발에 놀라운 장타력을 선보이며 막강한 테이블세터를 구축했다.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오재일, 유한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한다. 특히 강정호(13개)와 박병호(9개)는 각각 홈런 부문 1위와 3위를 달린다. 둘은 타점에서도 각각 2위(33점)와 1위(34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퍼즐은 2루수 서건창으로 완성된다. 신고선수 출신인 그는 지난해 군복무를 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1군 무대에 적응한다. 공격, 수비, 주루 등 다양한 부문에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
선수들의 성장은 능력 있는 코치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엽을 ‘국민타자’로 만들어낸 박흥식 타격코치는 1군 타격코치를 맡자마자 타선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효과는 ‘반짝’이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부상 없이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한다면 모두 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코치와 선수가 담합해 마음이 통하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오매불망 김영민에게 올 인을 했던 정민태 투수코치의 노력도 올해는 열매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염경엽 주루코치의 노련한 베이스 러닝 능력 또한 상승세를 이끄는 또 하나의 힘으로 주목받는다. 많은 우승 경험을 보유한 김동수 배터리코치도 비교적 경험이 적은 포수진들에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김성갑, 홍원기, 심재학, 최상덕 코치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넥센의 전신인 현대, 태평양 때부터 선수로 활약해 코치로 거듭난 지도자들이다. 선수들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잘 알고 있어 편안한 대화 창구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넥센은 많은 야구관계자 사이에서 가장 소통이 원활한 구단으로 손꼽힌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선수를 지원받은 김시진 감독은 프런트, 참모 등을 잘 선택해 선수단의 순항을 이끌고 있다. 돌풍의 핵으로 불릴 정도다. 올 시즌은 여느 해보다 선수단 간의 전력 차가 크지 않다. 적잖은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매 경기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다. 하지만 넥센만큼은 유독 밝아 보인다. 목동구장은 어느덧 화창한 봄날을 맞았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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