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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이제는 좀 다른 캐릭터로 찾아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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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무사고 녹색면허’ 같은 배우다. 1996년 SBS 공채 탤런트로 연기에 뛰어든 훤칠한 대학생에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까지, 류진은 세월의 흔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얼굴만큼이나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비교적 평온한 길을 걸어왔다. 사실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한 청춘스타나 어느 분기의 CF를 싹쓸이하는 톱스타였던 적은 없다. 다만 KBS <비단향꽃무>, KBS <여름향기>에서 한 여자에게 보답 받지 못할 순정을 바치고 KBS <내사랑 누굴까>와 KBS <엄마가 뿔났다>에서 참 훤칠한 뉘 집 아들, 사위를 연기했으며 KBS <경성 스캔들>의 매력적인 ‘나으리’로 엄마부터 딸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미소 짓게 만들었던 이 배우에게는 분명 드문 미덕이 있다. 잘 생겼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젠틀하지만 느끼하지 않다. 완벽한 ‘실장님’ 역할을 도맡아 했음에도 실제 별명은 ‘아줌마’다.


그래서일까, MBC <스탠바이>에서 결벽증이 있는 소심한 아나운서 류진행 역으로 첫 시트콤 연기에 도전한 그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팀에서 잘릴까 매일 전전긍긍하고, 아버지 앞에서는 떼쓰는 아이가 되며, 사랑했던 여자의 아들에게 보호자 노릇을 자처하지만 번번이 배려 받곤 하는 류진행의 캐릭터는 우리가 알고 있던 류진과 전혀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반듯하고 따뜻한 고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10 아시아>가 괜히 한 번 “진행 선배~♡”라고 불러보고 싶은 그 남자, 류진을 만났다.
<#10_LINE#>

“시완이와 홍대에서 스테이크 먹으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눴다”


류진 “이제는 좀 다른 캐릭터로 찾아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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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LOGO#> 오늘은 어떤 신을 촬영하고 있나.
류진:
극 중에서 아버지(최정우)와 박준금(박준금) 부장님의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그에 따라 집안 남자들이 굉장히 피곤해지는 상황이다. 방금 전에는 다들 동시에 코피를 흘리는 장면을 찍었다. (웃음)


<#10LOGO#> 일일 시트콤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다소 놀랐다. KBS <국가가 부른다>를 통해 코믹 연기에도 잘 어울린다는 점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멜로드라마 속 ‘실장님’ 이미지가 강했으니까.
류진:
처음에는 시트콤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기존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정극에서 할 생각이었지 시트콤에서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요 근래 2, 3년 동안 시청자들이 몰랐던 내 모습이 조금씩 주위에 알려진 것 같다. ‘아줌마’라는 별명도 사람들이 굉장히 재밌어했는데, 멀쩡해 보이는 것과 달리 말도 많고 하니까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러다 <국가가 부른다>를 비롯해 감독님들이 나로부터 예전과 다른 느낌을 끌어내고 싶어 하시는 게 느껴졌다. 결국 출연을 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캐스팅 물망에 올랐을 땐 내가 시트콤이란 장르를 꺼려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 연말에 <스탠바이> 전진수 감독님을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 이 분들이 무작정 모험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뭔가 나한테서 뽑아낼 게 있으니까 제안을 하시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0LOGO#> 캐릭터를 잡기 위해 작가들과도 논의한 바가 있을 텐데, ‘내 본래 모습을 좀 살려서 쓰고 있구나’ 싶을 때도 있나.
류진:
사실 시작하기 전에는 <국가가 부른다>에서처럼 반듯하면서도 이면이 있는, 이를테면 <스탠바이>에서는 (하)석진이 같은 캐릭터가 기존의 이미지를 살리면서 갈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님들이 “류진행은 최대한 불쌍하고 사람들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지게 보이면 좋겠다. 그게 더 오래 갈 수 있고 변화의 폭도 넓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처음엔 내가 과연 류진행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아예 다른 캐릭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끔은 방송 보며 나조차 “진짜 찌질하다” 할 만큼 처절하게 찌질하고 속도 좁아 보이고 시완이만 챙기느라 정신없는 모습이 조금 속상할 때도 있지만 아버지에겐 나름대로 효자에 부모님이 안 계신 시완이의 아픔을 감싸주는 어른이기 때문에 역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것 같다.


<#10LOGO#> 극 중에서 아버지, 남동생, 데려온 아들 등 남자들끼리만 사는 집의 장남 노릇을 하는 게 굉장히 익숙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류진: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누나가 있어서 어릴 때도 누나 친구들하고 많이 놀았고 남자들끼리만 있는 모임의 분위기나 형제애에는 그렇게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스탠바이>에서는 동생(이기우)이나 시완이보다 나이가 훨씬 많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아저씨’라는 소리 듣는 것보다 ‘형’이라 불리는 게 좋으니까. (웃음) 아버지도 집에서는 엄하지만 굉장히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분이셔서 주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어우러지는 게 재미있다.


<#10LOGO#> 결혼하려던 여자(김희정)가 사고로 죽자 그 아들인 임시완을 데려와 키우는 상황이나 유사 부자 관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서로 친해지려는 노력도 필요했을 것 같다.
류진:
사실 좀 놀랐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요즘 젊은 아이돌들과 나는 나이 차가 열 살 이상 나다 보니 좀 어려워하거나 세대 차이를 많이 느껴서 섞이기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시완이라는 아이 자체가 참 맑고 깨끗하고, 굉장히 감싸주고 싶을 정도로 순수한 면이 있다. 하루는 촬영장에서도 아니고 각자 집에 있는데 시완이가 전화를 하더니 “형, 같이 밥 먹어요”라는 거다. 시완이 숙소는 합정이고 우리 집이 상암인데 시완이는 차가 없으니까 내가 차를 몰고 데리러 갔다. 데이트하는 것처럼. (웃음) 사실 매니저도 없이 남자랑 둘이 밥 먹는 게 어색할 것 같지만 형이니까 티를 낼 수는 없고, 어디를 데려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마침 토요일이라 강남 쪽으로 가기엔 차가 많이 막힐 것 같고 아는 가게도 없고. 그런데 마침 시완이가 가까운 홍대 어떠냐고 제안해서 스테이크 먹으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눴다. 그게 참 좋았다. 드라마에서도 주로 여동생이 있는 역이다 보니 요즘 젊은 애들, 특히 남자애하고 얘기할 일이 없었는데 시완이는 편하게 고민도 털어놓고 해서 더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데뷔 초부터 외모 덕을 본 게 없지는 않다”


류진 “이제는 좀 다른 캐릭터로 찾아주시지 않을까”

<#10LOGO#> 류진행은 결벽증이 있는 주부 같은 남자라서 늘 창문이나 식기 등을 닦고 있다. 평소에도 그런 것에 관심이 좀 있는 편인가.
류진:
물론이다. 결혼을 해서인지 청소나 설거지, 분리수거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자주 하고, 한 번 하면 끝장나게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탁자를 닦아도 빛에 비춰가면서 윤을 내고, 설거지할 때도 고무장갑은 절대 안 낀다. 고무장갑을 끼면 마른 밥풀처럼 그릇에 붙어 있는 음식물 찌꺼기들을 잘 느낄 수 없으니까 맨손으로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진행이처럼 벽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을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아파트 창문이 더러워진 걸 보며 고민은 한다. ‘아, 저거 닦아야 하는데...’ (웃음)


<#10LOGO#> 류진행은 신참 아나운서 시절 생방송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방송사고 전담’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진 캐릭터다. 그에 비하면 자신의 신인 시절은 어땠나. 오랫동안 연기자의 꿈을 꿔온 게 아니라 공채에 ‘덜컥’ 합격하며 연기를 시작한 케이스인데.
류진:
데뷔 시절에는 아무 것도 몰라서 오히려 시작하기가 조금 수월했던 것 같다. SBS 공채 시험을 보러 갔을 때 내 앞에 서 있던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손이 벌벌 떨릴 만큼 긴장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왔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학교 시험 볼 때도 공부해서 많이 알면 더 떨리는데 아예 아무것도 모르면 긴장이 안 되는 것처럼. 물론 공채에 합격하고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다 어렵고 불편했다. 기술이나 연기력이 부족하다 보니 NG도 많이 냈고.


<#10LOGO#> 특별한 동기 없이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금처럼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었나.
류진:
오래 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제대하고 3학년 때 복학을 했는데 관광경영학 전공이다 보니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칵테일 만드는 것도 배우면서 열심히 했다. 그런데 갑자기 탤런트가 된 거고, 졸업 후 연기를 1, 2년 하면서도 언젠가는 그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1999년 박찬홍 감독님과 KBS 일일 드라마 <해 뜨고 달 뜨고>를 작업하면서 연기가 나에게 주는 성취감을 알게 됐다. 그 전까지만 정말 대사만 외워서 움직인 적도 있었는데, 그 작품에서는 어느 순간 내가 정말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가슴으로 연기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100 신을 찍을 때 한두 신에서라도 그런 희열감과 재미를 느끼면 행복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복 받은 편이다. 처음부터 큰 의욕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님에도 기회가 주어졌고, 그런 기회를 통해 연기와 드라마라는 게 이런 거구나 배워가며 한 단계씩 온 거니까.


<#10LOGO#> 공채 동기인 김명민이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데 비하면 신인 시절부터 비교적 일찍 주목받고 캐스팅도 끊이지 않았다. 혹시 잘생긴 외모 덕을 좀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나. (웃음)
류진: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외모도 외모지만 종종 ‘진짜 열심히 해도 안 되는 데가 방송국이고 정말 열심히 안 해도 되는 데가 방송국’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내가 열심히 안 했다는 건 아니지만. (웃음) 명민이는 사실 나보다 훨씬 열심히 하고 동기들 모아서 연극 연습하고 나랑 같이 캠코더 들고 호수공원 가서 각도 맞춰 이것저것 찍어보곤 했는데 오히려 초반에는 잘 안 풀렸고 나는 한 번 캐스팅이 되기 시작하니까 계속 들어오는 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드라마에도 ‘실장님’이니 뭐니 하는 반듯한 이미지의 역할이 하나쯤은 있었기 때문에 명민이처럼 개성이 강한 인물보다 나 같은 인물을 많이 찾으셨던 것 같다. 그런 걸 생각하면 외모 덕을 본 게 없지는 않다.


<#10LOGO#> 그런 외모가 배우의 입장에서는 어떤 것 같나.
류진:
좋았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장동건 씨나 원빈 씨처럼 잘 생긴 분들이, 내가 봤을 때 연기도 잘 했는데 결국 평가받을 때는 연기력보다 외모 중심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물론 내가 장동건 씨만큼 잘 생겼다는 얘기는 아니다. (웃음) 아무튼 그 분들이 외모로만 평가받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신 것처럼, 나도 스스로의 연기에 100%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엔 진짜 열과 성을 다해서 연기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사람들은 훤칠하고 번듯한 면만 떠올리시니까 약간 섭섭할 때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애써 떨쳐내려 했던 건 아니고, 그렇게 생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어디 가서 “아, 난 잘생겨서 진짜 손해야. 난 왜 이렇게 잘 생겼을까?” 하고 다닐 수도 없지 않나. (웃음)


“내가 아는 연기자들은 나처럼 평범하게 사는 분들이 많다”


류진 “이제는 좀 다른 캐릭터로 찾아주시지 않을까”


<#10LOGO#> 하지만 동년배 중에서도 유독 키가 큰 편이고 외모가 출중하니 데뷔 전에도 준 연예인처럼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데 익숙했을 것 같다.
류진:
에이, 아니다. 우리 때는 요즘과 달라서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완전히 딴 세상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친구들과 반에서 어제 TV 본 얘기를 해도 감히 “너도 한 번 연예인 해봐”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 역시 그냥 학교랑 집 다니면서 공부만 해야 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던 평범한 아이였고, 중학교 때는 여자 반 앞에 남자 반이 있으면 여자애들 앞을 지나가는 게 싫어서 화장실도 못 가고 참았을 만큼 숫기가 없었다. (웃음) 연예인이나 모델 해 보라는 얘기는 다 커서 대학교 올라간 뒤에야 처음 들었다. 그런데 내가 SBS 공채 시험을 보겠다고 했을 때 굉장히 반대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께서 “그거 괜찮다. 한 번 해봐라” 하시는 걸 보며 ‘부모님은 옛날부터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셨나?’ 싶기는 했다. (웃음)


<#10LOGO#> 오랫동안 연예계에서 일하면서도 삶에 큰 굴곡이 없고 결혼생활 역시 평온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직업이 연기라는 점을 제외하면 평범한 가장으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일과 가정생활을 어떻게 분리하나.
류진:
물론 내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이나 이 직업에 대해 잊고 살 수는 없다. 신경도 많이 쓴다. 그런데 사람들이 알고 있는 TV 속의 이미지와 내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다. 애써 털털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편한 모습으로 보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친구들 만날 때나 장 보러 다닐 때도 편하게 하고 나간다. 그런데도 누가 사진을 찍어 달라거나 사인해 달라고 하면 어떤 때는 거절하고, 그러면 스스로 ‘나도 연예인이라고 이러나’ 싶기도 하다. (웃음) 그런데 정말 그러지 않고 일상 자체를 연예인 느낌이 나게끔 하고 사는 건 굉장히 피곤할 것 같다. 사실 내가 아는 연기자들은 나처럼 평범하게 사는 분들이 많다.


<#10LOGO#>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결혼을 하고 나서 배우로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고 말했을 때, 특별히 문제가 될 발언이 아님에도 의외라는 반응이 있었던 건 유독 가정적인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류진:
실은 나도 그 말을 딱 하고 나서 ‘앗, 실수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기사의 헤드라인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많이 달라지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아내가 볼 때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집에 가서 그 부분에 대해 서로 얘기하고 아내도 충분히 이해해주긴 했지만, 원래는 그냥 편하게 얘기했던 거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김으로써 내가 혼자일 때 누렸던 것들을 좀 잃었다는 얘기인데, 그건 모든 사람이 결혼하면 겪는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사실은 여자들이 남자보다 잃는 게 더 많지 않을까?


<#10LOGO#> 얻은 거라면, 결혼 전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아내를 대본 연습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일 것 같다. 어떤가.
류진:
정말 훌륭한 파트너다. 어떨 땐 내가 혼도 난다. (웃음) 어떤 연기자든 대본을 외울 때 최종적으로 자신의 파트를 검토하면서 암기력을 오래 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누군가와 맞춰보는 거다. 현장에서는 보통 스타일리스트나 매니저와 많이 맞춰 보는데 원래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이 친구들은 얼마나 불편하겠나. 결혼 전에는 어머니께 부탁드릴까 하다가도, 어머니 역시 연기자가 아닌 데다 사투리도 쓰시니까 내가 힘들고. (웃음) 아내와 데이트할 때도 공원 같은 데 대본 들고 나가서 연습 상대를 부탁한 적이 많다. KBS <엄마가 뿔났다>의 상대역이었던 신은경 씨 역할로 특히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결혼해서 집에 그 분이 상주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겠나. (웃음)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 때문에 바쁘니까 첫째에게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찬형아, 이리 와서 아빠 대사 좀 맞춰 줘” 하면 오긴 하는데 여섯 살이라 아직 못 읽는 글씨가 많다 보니 금세 “아빠, 이게 뭐예요?” 해서 그렇지.


<#10LOGO#> <스탠바이>는 캐릭터 면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장르의 특성상 연기 자체의 스펙트럼을 더 넓힐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배우로서 앞으로 좀 더 욕심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류진:
시트콤을 하면서 내가 안 해본, 처음 하는 연기들이 많다. 류진행의 캐릭터도 색다르지만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내지 않았던 하이 톤의 목소리를 사용하거나 시완이와 있을 때의 감정 연기, 김밥을 먹으면서 서럽게 우는 코믹 연기 등 여러 가지로 내가 여태까지 해왔던 연기 폭과 다르다.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짓고 있는 표정이 모니터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을 때도 있고, 순발력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우는 게 많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마치고 나면 정극에서도 정적인 역할보다 지금처럼 굉장히 동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제는 감독님들도 나를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닌, 좀 다른 캐릭터로 찾아주시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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