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므 4.0> XTM 수 밤 11시
남자와 야구. 이 얼마나 시의적절하고 매력적인 주제인가. 거기에 게스트는 18년 간 한 팀에서 활약하고 은퇴한 전설의 ‘숭캡’ 이숭용이었다. 자리를 비운 김민준을 대신한 김성수는 이 주제에 잘 어울리는 MC였다.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센스로 대화를 끌어가는 김성수의 자신 있는 진행에 힘입어 이숭용은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에서 차근차근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옴므 4.0>이 이 주제에 할애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한정된 시간, 이 프로그램이 소화해야 하는 아이템이 기본 3개 이상이기 때문이다. 남자 이숭용에게 야구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듣기도 전에, 야구가 남성의 스타일이나 패션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어느새 주제와는 상관없는 다음 코너로 넘어가 있는 것이다.
쉬운 표현으로 스타일 포인트를 정리해주고 일상의 유용한 정보를 전해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마치 잡지처럼 여러 분야를 스타일과 패션에 끼워 맞춰 가며 다양하게 다룬다. 코너별로 형식도 다르다. 게스트가 출연한 부분은 스튜디오 토크쇼이고, 평범한 남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통해 남성의 뷰티를 다루는 코너 ‘미남이시네요’는 온스타일 <겟잇뷰티>의 남성버전을 연상케 한다. 싱가포르 패션위크에 참여한 남성 디자이너들의 뒷이야기를 다룬 코너는 잡지의 현장 스케치 페이지와 같았다. 하지만 다양한 색을 한 번에 집어넣느라 <옴므 4.0>의 색깔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잡지는 잡지이되, 한 회의 주제나 기획이랄 게 없는 산만한 읽을거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스튜디오 코너에 집중했기 때문에 MC들의 캐릭터나 역할이 분명했던 <옴므 3.0>에 비해, MC들이 드러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 것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더 세련되어졌다 해도 개성이 사라진 존재는 매력이 없다. 그건 프로그램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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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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