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유로 빌려준 EU 등이 손실 겁내기 때문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럽연합(EU)로부터 수천억 유로의 자금지원을 받은 그리스가 지원조건을 파기했다고 대놓고 말하는 용기는 어디서 나올까?
답은 지원받은 빚 그 자체이다. 그리스가 빚을 갚지 않고, 유로존에서 탈퇴한다면 채권자인 EU가 막대한 손실을 보기 때문에 재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그리스 차기정부는 유권자들의 재협상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면 약 4000억 유로(미화 5170억 달러)짜리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스가 민간 투자자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같은 공공공기구에 진 빚을 총 4000억 유로로 집계했다.
그리스는 우선 공공기구에 약 2520억 유로의 빚을 지고 있다.
그리스의 장단기 국채 잔액이 1430억 유로다.
둘을 합치면 총 채무부담액은 3950억 유로다.이는 스위스의 국내총생산(GDP)와 맞먹는다.
영국 랭카스터대학경영대학원 존 휘테이커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는 그들에게 긴축을 완화하라고 설득할 강력한 패를 갖고 있다”면서 “그리스가 유로를 탈퇴하면 돈을 잃고 정치적 자본도 상실하는 만큼 그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지난 3월 75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금을 받아 현재 구제금융으로만 800억 유로 이상을 다른 나라에 빚지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구(EFSF)는 10일 42억 유로를 추가 지급하겠다고 밝혀 채무규모는 더 늘어난다.
ECB도 그리스 이탈시 손실을 입게 된다.우선 ECB는 그리스 정부의 국채 수익률을 낮추고 국제 자본시장 접근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그리스 국채를 약 500억 유로어치 매입했다.
그리스 중앙은행도 빚을 안고 있다.17개국간 무역불균형을 집계하는 ECB의 타깃(Target)2 시스템에 따르면 그리스중앙은행인 뱅크오브그리스(BOG)는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에 1040억 유로의 채무를 지고 있다고 휘테이커는 지적했다.
BOG는 또 그리스 경제규모보다 많은 180억 유로의 은행채를 발행해 ECB에 진 그리스의 총 채무는 1720억 억유로에 이른다.
따라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한다면 ECB가 손실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영국 런던의 얼라인언스번스타인 홀딩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대런 윌리엄스(Darren Williams)가 “그것은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며,그리스인들은 약간의 압박수단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이 숫자에는 은행과 같은 민간 채권자들이 빌려준 돈은 포함돼 있지 않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퇴출된 그리스 은행들은 지난 1월 ECB에서 734억 유로를 차입했다고 BOG는 지난 3일 밝혔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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