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가 8일(현지시간) 동성간 결혼을 금지하는 내용의 주 수정헌법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법안 통과가 확실히 되고 있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노스캐롤라이나는 동성결혼을 헌법에서 금지하는 미국 동남부의 마지막 주가 된다.
이번 투표는 단순한 동성간 결혼 금지 문제가 아니라 대선 쟁점으로까지 확산되며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마침 최근 격전 지역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은 불똥이 튈까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의 개헌안은 통과가 유력하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수정 헌법은 '주 헌법에서 인정하는 결혼만을 유일한 합법적 가정구성의 형식'으로 규정한다.
여론조사기관 퍼블릭 폴리시 폴링에 따르면 55%의 응답자가 수정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남자와 여자간의 결혼만이 합법적인 유효한 결합이라는 입장이다. 응답자의 39%만이 수정안에 반대했다.
미국 전역으로 보면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주가 지난 3월 메릴랜드를 포함해 8곳으로 늘어나는 등 동성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동남부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동성애는 여전히 죄악으로 여기는 풍조가 팽배하다. 보수 운동가들은 이번 헌법 수정안 통과를 위한 운동에 나서고 있다.
게이 인권 운동가들도 '바이블 벨트'라 불리는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번 개헌안 투표가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노스캐롤라이나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동남부에서도 표심이 오락가락하는 '스윙스테이트', 이른바 경합주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로널드 레이건이 나선 1980년부터 조지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2004년 대선 때까지 공화당 후보가 연승을 거뒀으나 2008년 대선 때 오바마가 간신히 신승을 거둔 곳이다. 그만큼 오바마에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주 의회권력을 회복해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노스캐롤라이나 수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민주당은 오는 9월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를 노스캐롤라이나 최대의 경제도시인 샬럿에서 열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선거의 핵심 의제가 경제에 있다고 하지만 대선 전략지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동성결혼 금지 개헌안이 통과되며 보수파들 자극할 경우 가뜩이나 동성 결혼에 우호적인 민주당 소속의 오바마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조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이 미 NBC 방송에 출연해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클린턴 정부에서 게이 인권 조언을 했고 현재도 게이 인권을 위해 대통령이 나설 것을 주장 중인 리챠드 소캐리즈는 "백악관이 입장을 정하는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이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내 동성애 금기규정인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정책을 폐지하고 동성결혼금지법도 반대하는 등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렌스젠더)'계층에 동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대선을 앞두고 동성간 결혼 합법화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한편 갤럽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12개 스윙스테이트내 지지율 47%로 45%의 밋 롬니에 간신히 앞서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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