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에 불고 있는 여풍(女風)이 매섭다. 얼마 전 종영한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의 우승은 16살 소녀 박지민이 차지했다. 엠넷(Mnet) '보이스코리아'의 준결승 진출자도 8명 모두 여성이었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MBC '위대한 탄생2'의 경우 구자명과 배수정이 마지막까지 우승 자리를 놓고 다퉜다.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는 대개 남성 출연자들이었다. 엠넷의 '슈퍼스타K'는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우승자가 모두 남자였다. 시즌1에서는 눈웃음이 매력적인 서인국, 시즌2에서는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하며 가수의 꿈을 키운 허각이 각각 우승을 거머쥐었다. 시즌3에서는 실력파 4인조 그룹 울랄라세션이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1'의 우승자 백청강 역시 남자였다.
이런 흐름을 돌려놓은 데 기여한 것이 바로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 등 'K팝스타' 3인방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최연소, 최초 여성 우승자인 박지민은 매 공연마다 소름 끼치는 가창력으로 박진영, 보아, 양현석 등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특히 박지민이 아델의 '롤링인더딥(Rolling in the deep)'을 부른 장면은 유투브에서 조회수 2억건을 돌파하며 미국 CNN 방송에도 소개될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보이스코리아에서도 여성 참가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신승훈은 참가자 유성은을 "한국에 알앤비 소울이 있다면 유성은씨"라며 추켜 세웠고, 백지영은 강미진에 대해 "호흡이 마법 같다"고 극찬했다. 손승연은 BMK의 '물들어'를 완벽하게 소화해 심사위원들을 전원 기립시켰다. 이들 외에도 지세희, 정나현, 이소정, 우혜미, 하예나 등 여성 참가자들은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반면 남성들은 이러한 여풍에 기가 눌린 듯 준결승 무대에 단 한 명도 오르지 못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오광석 PD도 "여풍이 거세다, 거세다 했지만 준결승 진출자 8명이 모두 여성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는 이들 여성 참가자들이 특유의 감수성과 표현력에서 남성들보다 한 발 앞서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이스코리아 관계자는 "참가자 개인사가 아닌 그들이 부른 노래와 매회 공연에 포커스를 두기 때문에 문자투표 역시 그날그날의 공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여성 참가자들이 곡 해석능력이 뛰어나고 라이브 무대에 대한 집중력이 좋기 때문에 문자투표에서도 한발 앞서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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