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20% 일괄 인하···1조 미만 업체 "쉽지 않다"
[아시아경제 증권부]다음달 2일부터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유관기관이 증권거래 관련 수수료를 각각 20%씩 일괄 인하하면서 증권업계가 '눈치보기'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는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분만큼 증권사도 수수료를 낮추는 게 수순이라는 입장이지만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가뜩이나 움츠려든 증권업계의 고민은 커져가는 상황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주식·선물 거래수수료를 일괄 인하키로 한 가운데 각 증권사들은 '고객수수료' 인하 검토에 착수했다.
현재 자본총계가 1조 이상 되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일제히 수수료를 인하키로 했다. 이들 증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기와 인하율은 관련부서 검토를 거쳐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인하를 적극 검토중이다. 투자자에서 증권사를 거쳐 유관기관으로 이어지는 수수료 체계상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분만큼 낮추는게 투자자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동참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 증권사의 표정은 어둡다. 브로커리지 수입외 먹거리가 부족한 중소형사는 수수료 인하 검토를 미루고 있는 것. KTB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등도 인하를 검토중이지만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큰 고민에 빠진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 1위 키움증권이다. 일단 "내부 검토중"이라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인하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에도 거래소·예탁원이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시 투자자 수수료에서 자동 징수되던 0.00462%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유관기관 인하분만큼 내린 대형 증권사와 달리 인하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증권사는 다른 증권사 결정을 본 뒤 따르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증권사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금융당국 인하방침에 동참하겠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인하를 결정하기 쉽지 않아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며 "이미 수수료가 바닥인 만큼 더이상 낮추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증권업계는 수수료 인하를 놓고 대형사와 중소형사 입장이 갈리는데다 시장 상황상 인하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일부 대형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마당에 수수료 인하 조치는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 증권업계가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갔다"며 "또 일부 증권사만 인하하고 나머지 증권사는 중간마진을 챙기는 구조로는 투자자가 혜택을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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