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땅값이 비싸고 좁기로 유명한 홍콩에서는 묘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유교 관습에 젖어있는 중국인들은 당연히 사후에 땅에 묻히길 희망한다. 하지만 홍콩 총 인구 710만명 중 연간 사망자 수가 5만에 이르기 때문에 묘지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남아공 일간지인 '소위탄'은 26일(현지시간) '왜 미망인들은 다이아몬드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홍콩 여성사업가 프레다가 자신의 남편 유골을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만들어 몸에 간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레다는 남편인 케네디 탬과 세계여행을 다니고 싶어했으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그 유골을 화장해 스위스의 유골처리업체인 알고르단자사(社)에 보내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
유골에서 탄소를 추출한 뒤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비용은 3200~3만7000달러(약 4200만원)다.
자칫 엽기적인 행각으로 보일 수 있는 '유골 다이아몬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홍콩인들의 묘지 매장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현재 홍콩의 영구 매장지 땅값은 기본적으로 3만6000달러(약 4082만원)에서 시작한다. 정부가 관리하는 묘지에서 6년간 한시적으로 안치하는 데만도 770달러(약 87만원)가 든다.
홍콩인들은 최근 묘지에 대한 대안으로 화장한 유골을 항아리에 담아 납골당에 보존하는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납골당 비용은 평균 330달러(약 37만원)로 묘지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이 때문에 화장을 하는 경우가 90%에 달하면서 납골당 이용을 원하는 대기자만 해도 벌써 1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여름까지 납골당을 새로 짓기로 했다. 화장 인구 1년치에 맞먹는 4만3000명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다. 추가 납골당 부지도 24곳 정도 물색해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 2007년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수장'에 대한 22년 간의 금지 조치도 해제했다. 이후 바다 수장은 2007년 160건에서 2011년 660건으로 무려 4배나 증가했다.
이 외에도 홍콩 정부는 화장한 유골을 땅에 뿌려 추모만 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드는 방안, 봉분 없이 인터넷을 통해 추모만 대행해주는 서비스 등 다른 대안도 찾고 있다.
싱가포르대학 지리학부 라일리 콩 교수는 "홍콩 정부는 증가하는 사망률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이젠 우주로 유해를 쏘아올리는 매장 방안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주장은 지난 10년 사이 1건 있었던 게 전부다.
콩 교수는 이어 "그러나 죽으면 땅으로 되돌아가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죽은 뒤에도 곁에 두어야 한다는 유교식 인습이 중국인들에게 뿌리깊게 퍼져 있는 가운데 수장이나 우주 매장을 꺼리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대안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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