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박혜정 기자] 하이마트 이사회가 25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선종구 하이마트 대표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총 6명의 이사 가운데 4명이 참석했고, 그 가운데 한명인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아이패드'를 손에 쥐고 이사회에 참석했다. 페이스타임을 기능을 통해 화상으로 이사회에 참석한 것.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이사회 예정시간인 3시보다 18분 이른 2시42분에 이사회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사회장에 유 회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선 회장측 사외이사인 최정수 변호사와 함께 이사회 장을 떠났다. 이사회에 총 3명이 참석하지 않으면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사회 장을 빠져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 유경선 회장이 꺼내든 카드가 '아이패드'다. 직접 참여하는 대신 화상을 통해 이사회에 참석해 이사회 정족수는 채워졌고, 선 회장 해임안은 그대로 가결됐다.
화상을 통한 이사회 참석은 하이마트 정관에 따라 이뤄진 적법한 절차라는 것이 이사회의 주장이다.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하이마트 정관 32조 2항에 화상을 통해 이사회에 참석해 진행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하이마트 이사회 의장의 고문변호사다.
이사회가 이렇게 진행되면서 업계에서는 유진기업의 꼼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에 하이마트 이사회가 화상을 통해 진행된 적이 없었고, 화상 회의라는 점을 사전에 선 회장이나 최 변호사에게 통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 회장이 자리를 비우던 순간에도 다른 3명의 사외이사들은 선 회장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선 회장은 3시 정각이 될 때까지 기다린 뒤 유 회장이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이사회에 참석한 다른 3명에게 "유 회장이 오지 않느냐"고 질문을 한뒤 장소를 빠져나갔다. 선 회장의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없었다.
선 회장은 이사회장을 빠져나가면서 "'동반퇴진'이라는 의사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표정에는 여유와 미소가 담겨있었다. 그가 이사회장을 나갈 때까지만 '해임'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미소였다.
선 회장측 사외이사인 최 변호사는 3시1분경 이사회장을 빠져나가면서 "선 회장 본인이 사의 표명을 한 것과 해임안은 다르다"며 "오늘(25일) 이사회는 성원이 안돼 개회가 안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선 회장이 유 회장과의 수싸움에서 밀린셈이다. 유 회장은 선 회장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패드'라는 카드로 마찰없이 이사회를 본인의 의사대로 마무리 지었다.
이윤재 기자 gal-run@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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