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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경제학]잠못드는 밤 안녕! 수면시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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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잠의 경제학 | 직장인 5명중 1명 ‘밤이 괴롭다’… 수면장애 환자 29만명 전문 클리닉도 80여개로 급증

[잠의 경제학]잠못드는 밤 안녕! 수면시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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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충분히 쉰 나뭇가지에 건강한 새순이 돋는다. 언제 졌었냐는 듯 다시금 시작을 알릴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 ‘휴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꽃이야 계절에 따라 피고 지지만 사람은 매일 매일이 그렇다. 어제의 무게를 떨치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숙면이 주는 선물이다. 일과 중 약 1/3은 잠자는 시간이다. 75세까지 산다고 가정한다면, 25년을 눈감고 보내는 셈이다.
이처럼 긴 시간동안 모두가 재충전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면서 덩달아 크는 시장이 있다. 바로 수면시장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 아니 당신이 잠 못 든 사이 쑥쑥 커가는 수면시장을 들여다봤다. 아울러 제대로 잠들지 못해 초래되는 손실도 금액으로 산출해 봤다.


2007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는 참가자들의 눈길을 끄는 세부 주제가 채택됐다. 주제명은 잠을 골자로 한 ‘수면경제학(Sleeponomics)’. 회의석상에서는 ‘수면부족’을 특히 비중 있게 다뤘는데, 수면부족은 집중력 및 반응 속도, 판단력 저하 등을 야기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같은 해 말 뉴욕타임즈는 미국의 수면시장 규모가 한 해 200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며 해당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수면시장’이 전 세계인들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 수면 전문의는 국가의 1인당 GDP가 3만 달러에 이르러야 수면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어느 정도 선진궤도에 올라서야 숙면을 통한 삶의 질에 눈을 뜨게 된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 1인당 GDP는 약 2만1500달러로, 2015년께 3만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선진산업인 수면산업의 활성화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안정권에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국내 수면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면장애 환자 29만명, 진료비 275억원 추산
사당오락(四當五落). 네 시간 자면 합격하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어딘가 치열하게 매진해 봤던 사람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법한 말이다. 언제부턴가 성공하려면 적게 자고, 아침형인간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그래서 현대인은 더 피곤하다. 잠은 사실 보약 못지 않다. 물론 오래 자는 게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자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대한수면의학회가 2010년 직장인 554명을 대상으로 한 수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1명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이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6.5시간으로 평균 7.75시간을 자는 미국인 보다 1시간이상 덜 잔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원장은 “하루 평균 적정 수면시간은 7~8시간”이라며 “우리는 전 세계에서 잠을 가장 적게 자는 민족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아 초래되는 손실은 의외로 크다. 졸음 탓에 한 달에 1~3회 이상 주간 활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무려 56%에 달한다. 특히 졸음으로 인해 일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41.3%였으며, 졸음 때문에 직업관련 사고나 교통사고를 겪은 사람도 12.6%나 됐다. 그 결과 수면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 비용은 1인당 연평균 1586만4365원으로 집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2006년 15만명에서 2010년 29만명으로 불었다. 최근 5년 동안 1.92배 증가한 수치다. 수면장애 총진료비는 2006년 115억원에서 2010년 275억원으로 2.3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원장은 “정확한 수치를 산정할 수는 없지만 2012년인 지금 그 숫자는 훨씬 증가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양방에서는 잠들 때 까지 30분 이상이 걸리고, 누워있는 시간 대비 수면시간이 80%이하일 때, 또 자다가 두 번 이상 깨면 ‘불면증’으로 친다. 흔히 수면장애라고 하면 불면증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뿐 만 아니라 수면무호흡증후군,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도 수면장애에 속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쉽게 말해 수면 중 코골이와 호흡장애를 보이는 질환이다. 주로 성인에게 나타나며 남성의 4.5%, 여성의 3.2%가 겪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 환자 또한 현재 2만명으로 추산된다.


[잠의 경제학]잠못드는 밤 안녕! 수면시장이 뜬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이 수면장애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면장애는 어떻게 치료될까. 종류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클리닉에서는 우선 ‘수면다원검사’를 권장한다. 환자가 검사실에서 하룻밤을 자는 동안 뇌파에서부터 근전도, 심전도 등 전체적인 몸의 상태를 체크하는 검사법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클리닉 마다 다르지만 50만~100만원 정도로 보면 된다.


검사를 통해 그동안 잠을 방해했던 원천적인 요인이 파악되면 내과, 정신과, 신경과, 안과, 치과, 비뇨기과 등으로 인계가 되어 본격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 예컨대 방광이 짓눌려 잦은 소변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면 비뇨기과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식이다. 수면장애는 결국, 몸 어느 한 군데의 이상신호를 감지한 ‘증상’인 셈이다. 각 분과별로 인계됐을 때에는 검사비와는 별도로 비용이 발생하며, 경우에 따라 200만~300만원 이상을 호가하기도 한다.


수면장애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클리닉 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980년대 말 서울대학병원의 수면의학센터를 필두로 현재 전국 80여개 대학병원에서 수면클리닉을 두고 있다. 여기에 7개의 개인클리닉까지 합하면 총 90개 정도다. 수면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미국의 경우에는 수면클리닉이 약 1500개다. 클리닉 자체의 규모도 커서 20명의 환자가 동시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브라질에는 빌딩 전체가 수면클리닉인 곳도 있어 80명이 일괄적으로 수면치료를 받기도 한다. 신 원장은 “환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여러 대학병원에서 수면클리닉을 설립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하지만 규모나 수준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초기단계”라고 지적했다.


고가의 치료비 보험적용 안 돼… 시장 성장 걸림돌
수면장애 환자와 클리닉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정비할 게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수면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강해야 할까.
우선 전문의 인력풀 강화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수면의학을 연구한 지는 약 20년째다. 하지만 전문의의 수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잠의 경제학]잠못드는 밤 안녕! 수면시장이 뜬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는 수면 전문의 제도가 없다. 신 원장은 “국내 수면전문의는 미국 수면 전문의를 획득한 사람 약 10명과 일부 대학병원에서 수련한 사람 약 50명 정도로 클리닉 수 보다 적은 상황”이라며 “즉,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클리닉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라고 언급했다.


높은 치료비 또한 시장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게다가 수면장애 관련 치료는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치료비가 워낙 고가인데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선뜻 클리닉으로 발을 돌리지 못하는 환자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신 원장은 “우리는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수면 관련치료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나라”라면서 “전문의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활발한 연구를 위한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신 원장은 “수면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에는 수면 질환 기초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며, 임상연구를 할 여건도 충분치 않다”면서 “연구가 활발하려면 제약회사 및 설비회사 등과 연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수면장애치료는 ‘예방의학’이다. 장애를 겪고 있어도 특별히 아픈 곳이 없기 때문에 치료를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별로 없다. 물론, 클리닉을 찾는 사람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 속도는 환자의 증가율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숙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면장애를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이고, 실제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 여겨야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 원장은 “수면장애를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짐으로 보는 사람이 태반”이라면서 “환자 스스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질병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사회적인 관심도 뒷받침 돼야 한다.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과장은 “선진국에서는 기업과 학교에서 수면질환에 따른 능률 저하 및 사고 증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면서 “수면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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