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10회 KBS2 목 밤 9시 55분
지금까지 선우(엄태웅)와 장일(이준혁) 사이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던 건 위태로움이었다. 시력을 잃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선우는 장일과의 대립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했고, 때문에 장일의 행동 하나하나는 위협적인 것으로 그려졌다. 두 사람이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는 풍경이나 장일이 선우와 술을 마시다 칼로 사과를 써는 모습이 보는 이의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어제 방송에서는 선우가 장일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력을 회복하고 체력을 다지며, 전도유망한 사업가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로써 두 사람은 비로소 힘을 갖춘 동등한 위치에서 본격적인 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마치 선우가 자신을 “데이빗 김”이라 소개하며 장일에게 당당하게 악수를 청하던 마지막 장면처럼.
<적도의 남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양쪽에 추를 하나씩 더 올려놓으며 영리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점집 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며 살았던 수미(임정은)는 최고의 작가가 되고, 장일이 선우를 바다에 빠뜨리고 돌아가던 구름다리 위를 그림으로 그려 장일을 자극했다. 모든 사건의 발단임에도 그동안 뒤에 숨어 있던 진노식(김영철) 또한 선우가 새로 추진하는 개발권에 의도적으로 눈독을 들이며 이 대결구도에 합류하게 됐다. 결국 <적도의 남자>는 진실을 밝히려는 자들과 은폐하려는 자들에게 골고루 힘을 분배하며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는 셈이다. 3회 이후 꾸준히 긴장감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버겁거나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이 드라마는 앞으로 얼마나 더 서늘하고도 뜨거운 이야기를 보여줄까. 정말 매번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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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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