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현직 경찰이 과거 학창시절 인터넷에 성폭행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글을 남겼던 사실이 알려져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모 경찰서 생활안전과에 근무하는 여경 황모(27)씨가 지난 2004년 경남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내용과 함께 가해자를 위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진데서 비롯됐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2004년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 자매를 고교생 44명이 성폭행한 사건.
당시 고교 3년생이던 황씨는 가해자 친구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나왔다더만… X도 못 생겼다더만 그X들. 고생했다 아무튼"이란 글을 남겼고, 이후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신상털기'를 당하는 등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황씨가 2010년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 현재 경남 경찰서 생활안전과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황씨가 경찰시험을 준비하면서 다녔던 학원에 남긴 합격수기와 최근의 얼굴 사진도 캡쳐돼 떠돌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한 네티즌들이 경남경찰서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10일 오전부터는 해당 경찰서 홈페이지가 다운돼 현재까지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황씨는 경찰서 홈페이지에 "7년 전 고등학교 10대 시절 철모르고 올린 글이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당시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경남지방경찰청도 사건이 확산되자 황씨를 대기 발령 조치한다는 공지문을 내걸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온라인에는 "성폭행 피해 사건에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경찰이 될 수 있나", "해임시켜야 한다", "애초에 경찰 임용시 면접을 잘 못했다는 얘기다" 등 황씨에 대한 비난글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철모르던 청소년기 친구들과 엮인 문제인데 얼굴까지 공개하는 건 너무하다", "대기발령까지 받았다니 앞으로는 조심하겠지" 등의 반응도 보였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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