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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흥미로웠던 30년 전 프로야구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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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흥미로웠던 30년 전 프로야구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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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31번째 시즌이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7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개막전은 흥미로운 시즌을 예고했다. 만루 홈런에서 감독 퇴장까지 경기장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이 벌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뜩 30년 전인 1982년이 떠올랐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그해 글쓴이는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스포츠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해직돼 기업체 홍보실에서 사보 제작 등의 업무를 보다 선배의 권유로 1982년 2월 1일 막 간판을 내건 KBO에 합류했다. 서울 역삼동 동일빌딩 7층에 자리를 잡은 KBO 사무국 출입문에는 ‘韓國프로野球委員會’라고 적힌 화선지가 붙어 있었다. 당시에는 기구 이름에 ‘프로’가 들어 있었다.


뒷날 국내 첫 야구 전문 주간지인 ‘주간 야구’ 사장을 맡게 되는 김창웅 초대 홍보실장이 첫 출근한 글쓴이를 반갑게 맞아줬다. 소설 ‘무진기행’의 김승옥 작가와 서울대 문리과대학에서 동문수학한 김 실장은 1970년대 후반 글쓴이와 술 한 잔을 기울이면 늘 “우리나라도 프로야구를 할 때가 됐다”며 ‘서울 깍쟁이들’, ‘평양 박치기들’과 같은 구단 이름을 작명하곤 했다.

김 실장은 서울신문이 발행하는 ‘TV가이드’ 취재부장을 지내다 이용일 KBO 초대 사무총장의 권유로 프로 야구 출범에 함께했다. 김 실장이 작성한 서종철 KBO 초대 총재의 취임사 가운데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꿈을 키워주며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에게 밝고 건강한 여가 선용을 약속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문장은 지금도 몇몇 야구기자들이 인용하곤 한다. 김 실장은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프로야구 로고타입과 심볼 마크 등을 일찌감치 만든 것은 물론 고 이종남 기자와 함께 프로 야구 첫해 연감을 기획해 제작하는 등 프로 야구 초창기 많은 일을 했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출신의 박기철 씨가 기록원으로 KBO에 합류한 일도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박 씨는 스포츠 기록 통계 전문 회사인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로 여전히 프로야구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인물들이 모여 힘쓴 덕에 프로야구는 그해 3월 27일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대문운동장 야구장에서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을 열 수 있었다.


그날 글쓴이는 동대문야구장 서1문에서 관중들의 입장을 돕고 있었다. 올드 팬들은 기억하겠지만 서1문은 본부석에 가까운 1루 내야석으로 들어가는 곳이었다. 중앙문 다음으로 중요한 출입구였다. 오전부터 몰리기 시작한 팬들이 한창 입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중앙문 쪽이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갔더니 몇몇 일본인들이 청와대 경호실, 경찰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일본 신문의 기자들이었다. 이들은 KBO에 사전 통보 없이 입국해 경기장에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고 있었다. 국내 기자들은 개막 며칠 전 KBO를 경유해 신분 확인 절차를 마쳤다.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자 한 일본 기자는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장훈 이야기를 하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출장을 왔다.” 결국 일본 기자들은 여권을 압류당한 뒤에야 겨우 야구장 내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동대문운동장 야구장은 역사적인 프로야구 개막전을 보려는 팬들로 송곳을 세울 수 없을 만큼 장사진을 이뤘다. 그런데 전두환 대통령이 시구를 마치고 자리를 뜨자 관중석에서는 이내 스탠드 전체가 푹 가라앉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의 변화가 일어났다. 쌀을 됫박에 담고 두어 번 흔들면 가라앉듯이. 왜 그랬는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이렇게 시작한 프로야구는 미국과 일본 야구기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취재거리가 됐다. 개막전 이후 많은 외국 기자들이 갓 출범한 프로야구를 취재하기 위해 KBO를 찾았다. 그들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기자가 있다. ‘성조기신문(Stars & Stripes)’의 데이브 오나우어 기자다. 카우보이 모자를 즐겨 쓴 그는 도쿄에 주재하고 있었는데 수시로 서울을 찾아 한국프로야구 관련 기사를 취재해 썼다. 그의 발품에 힘입어 주한미군 사이 한국프로야구 소식은 널리 알려졌다. 경기별 스코어도 실렸다.


오나우어 기자가 쓴 기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건 먹을거리와 관련한 정보였다. 핫도그와 얼음 조각을 띄운 콜라에 익숙한 그에게 동대문운동장 야구장 앞에서 파는 ‘Seaweed & Rice(김밥)’와 ‘Cuttlefish(오징어)’는 무척 신기했을 것이다. 국내 기자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한국프로야구 기사를 작성한 오나우어 기자는 그러나 오징어의 친구가 소주였다는 사실은 끝내 취재하지 못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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