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쿠바, 더 이상 멀지 않다

시계아이콘02분 2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미국과 쿠바는 1950년대 후반 전쟁을 치를 뻔했던 만큼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그런 두 나라가 야구 친선경기를 가진다고 한다. 오는 7월 쿠바 아바나에서 열릴 예정인 대학선수들의 친선경기다. 미국과 쿠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맞붙는 건 1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야구협회는 2013년 쿠바 대학 선발팀이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폴 세일러 미국야구협회 전무이사는 아바나에서 열릴 친선경기 개최 합의문에 서명하며 “1987년부터 1996년까지 개최된 연례 친선경기를 재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두 나라는 모두 야구를 열정적으로 좋아한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의 아들 안토니오 카스트로가 국제야구연맹(IBAF) 부회장을 맡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실력은 꽤 높은 편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포함해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열린 다섯 차례 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세 차례 우승과 두 차례 준우승을 거뒀다. 이밖에도 각종 세계대회에서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39차례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5번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특히 1984년부터 2007년 대회까지 9회 연속 우승 행진을 걸었다. 1982년 서울 대회(우승 한국)에 출전해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나갔다면 1976년 대회부터 1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었다.

사실 쿠바는 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스포츠라면 그 색깔은 조금 달라진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쿠바를 두 번이나 물리쳤다. 예선리그에서 7-4로 이겼고 결승전을 3-2 승리로 장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외교 관계 이전에 쿠바는 지구 반대쪽에 있어 한국과 스포츠 교류가 많지 않았다. 1978년 4월 대한야구협회는 마누엘 곤살레스 게레라(쿠바) IBAF 회장이 이듬해 9월 쿠바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 4회 슈퍼월드컵에 한국을 초청할 것이라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이를 전달한 이는 야마모토 에이치 당시 일본사회인야구연맹 회장이었다. 한국과 쿠바의 관계는 대회 출전 여부와 같은 간단한 사항을 전달하는데도 제 3자가 필요했던 셈이다. 여기에서는 일본의 돋보이는 스포츠 외교력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쿠바 쪽 사정을 한국에 알려줬다는 사실은 물론 뒷날 일본이 쿠바 야구 선수를 망명이 아닌 정식 절차를 밟아 영입한 일 등은 그 무렵 일본이 스포츠 분야에서 얼마나 오지랖 넓게 움직이고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당시 대한야구협회는 정부 당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쿠바 입국 승인을 받았다. 관계자들은 스포츠 단체로는 처음으로 쿠바 땅을 밟는다는 기대 속에 1979년 2월 48명의 대표 후보를 선발해 동대문운동장에서 강화 훈련을 펼쳤다. 그러나 쿠바는 전 대회 우승국인 한국을 초청하지 않았다. 북한과 수교하고 반미 공동 전선을 이루고 있던 쿠바가 반공 국가인 한국을 초청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때마침 국내 스포츠계는 그해 4월 평양에서 열리는 제35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한국이 참가하는 문제로 시끌벅적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아바나도 평양 땅도 밟지 못했다.


지리적으로나 정치 외교적으로 먼 나라였지만 쿠바는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쿠바는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복싱 12개 체급 가운데 펠릭스 사본이 헤비급에서 우승하는 등 무려 7체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11체급으로 조정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도 5체급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1972 뮌헨대회 이후 2008 베이징대회에서 ‘노 골드’에 그치기 전까지 대회마다 3명 이상의 올림픽 챔피언을 배출했다.


가장 돋보인 선수는 테오필로 스테벤슨이다. 1972 뮌헨올림픽부터 1980 모스크바올림픽까지 헤비급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반쪽 대회로 치러진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까지 출전했다면 복싱 사상 전무후무한 올림픽 4회 연속 우승의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스테벤슨은 1974년 아바나, 1978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1986년 리노 대회에서 슈퍼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려 다시 한 번 정상을 밟았다. 올림픽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이루며 치른 12경기 가운데 KO 또는 TKO 승은 무려 9경기였다. 그의 후계자인 사본도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2000 시드니올림픽까지 3회 연속 우승을 거뒀다.


국내 팬들이 쿠바 스포츠를 처음 접한 건 야구나 복싱, 여자 배구가 아닌 유도였다. 장은경(작고)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63kg급 결승에서 쿠바의 헥토르 로드리게스와 맞붙어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내용을 보였다. 영국인 주심 조지 케르는 경기 뒤 장은경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부심과 협의 뒤 이내 판정을 뒤집었다. 유도인들이 아직까지 무척 아쉬워하는 장면이다. ‘쿠바’를 떠올리면 여자배구도 빼놓을 수 없다. 1992 바르셀로나대회부터 2000 시드니대회까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쿠바와 야구 대표팀간의 평가전을 가졌다. 남자 배구 등은 이미 월드리그 등에서 교류의 물꼬를 텄다. 한때 멀게만 느껴졌던 쿠바와의 스포츠 교류에 조금씩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이종길 기자 leemean@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