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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제한폭 없애면 무조건 증시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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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증시는 상한가·하한가 없어도 괜찮은 이유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최근 가격제한폭을 이용해 '상한가 굳히기'로 테마주 주가를 조작하나 투자자들이 적발되면서 '가격제한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격제한폭은 대만, 일본, 한국 등에만 존재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가격제한폭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도 이들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증시는 구조적으로 딜러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증시와 상황이 달라서, 단순히 '가격제한폭을 없애야 한다'고만 주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은 가격 결정방식 자체가 우리와 크게 다르다"면서 "가격제한폭이 존재하지 않는 증시가 선진 증시고 그렇지 못하면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영국 증시는 딜러(마켓메이커 혹은 스페셜리스트) 주도의 시장이어서 호가를 개인투자자가 낼 수 없기 때문에 우리와 달리 변동성이 제한적"이라면서 "우리는 개인투자자들이 호가를 제시해 거래를 체결시킬 수 있어서 미국, 영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딜러'만이 호가를 제시하게 돼 있기 때문에 국내증시보다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강한 편이라는 얘기다.

프랑스, 독일 등은 우리와 비슷하게 개인투자자들이 호가를 제시할 수 있는 대신, 우리보다 많은 안전장치가 있다. 이들은 종목별 서킷브레이커라고 볼 수 있는 별도의 변동성 완화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을 때 몇 분간 거래를 정지시키면서 투자자들에게 이성적 투자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또한 이들은 딜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유동성공급자(LP)를 둬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을 때를 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이중 안정장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가격제한폭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종목별로 별도의 변동성완화장치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기관투자자 비중이 적고,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가격제한폭 폐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우선 변동성 완화장치(VI)를 추가할 것을 검토하고 별도의 안정장치가 생겼을 때 비로소 가격제한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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