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중국 공산당 중앙은 국영 은행의 독점 구조를 깨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중국 국영은행의 미래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3일 중국 남부 푸젠성 경제인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중국 국영은행들이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민영자본들이 금융으로 들어와 독점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국영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4일 보도했다.
중국의 국영은행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서 높은 수익성을 자랑했다. 자산규모로 중국 최대 규모인 공상은행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6%의 순이익을 기록했을 정도다. 중국 4대 은행은 모두 국영은행으로 지난해 자기자본 이익률이 평균 25%, 자산수익률도 1~1.6%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자산규모 100억달러 이상의 은행들이 지난 10년간 자기자본 이익률이 평균 9.2%, 자산수익률 0.9%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중국 국영은행들이 이처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가 정해준 예금-대출 금리 차이로 손쉽게 예대 마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대금리는 모든 은행들이 수익을 얻는 방법이지만, 중국 국영은행의 경우에는 예대마진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다. 미국 은행, 예를 들면 JP모건의 경우 예대마진이 은행 수입의 50%에 불과한 반면 중국농업은행의 경우에는 8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원 총리가 국영은행들의 독점 구조를 깨겠다고 천명한 이상, 은행들은 불확실하고 수익이 낮아지는 환경에서 놓이게 됐다.
이 때문에 WSJ는 중국 국영은행들이 부유층의 자산 관리 보다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영에 대해서는 대출과 같이 중국 정부의 특정한 쿼터 제한을 받기 않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사업분야다. 이번 원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중국 국영은행은 자산관리 분야에 의존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 총리의 이번 발언은 중국 국영은행이 강력한 정치적 세력으로 성장한 데에 대한 견제로도 풀이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국영은행 행장들은 중국 공산당 조직부에서 선임되어 차관급의 예우를 받는 등 탄탄한 입지를 갖춘 상태로, 이들이 기득권을 요구할 경우 우려할만한 정치적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 국영은행들은 주로 다른 국영기업에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중소 민영 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영기업들의 독점 구조는 원 총리가 생각하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국영은행들은 원 총리의 이번 발언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한 국영은행 관계자는 “원 총리는 이제 임기가 1년 남았다”면서 “중국 국영은행의 독점구조를 깨는 일은 다음 세대 지도자들의 일로, 1년내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국영은행의 독점을 깨겠다는 원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원 총리가 생각하는 경제 발전 방향에 중국 지도부가 동의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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