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그동안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정중동'의 자세를 유지해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얼마 전 민주통합당의 인재근(서울 도봉갑), 송호창(경기 의왕 과천) 후보에게 지지의사를 밝히며 정치에 한발 더 다가선 안 원장이 3일과 4일 이틀간 광주와 대구를 잇달아 방문해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을 가진다.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에 이어 전남대와 경북대를 찾는 안 원장의 행보는 현재의 '안철수 현상'의 모태가 된 청춘 콘서트의 2012년 버전으로 안 원장이 '안철수식 정치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강연의 장소와 주제, 시점 등을 살펴보면 안 원장의 정치 행보가 뚜렷해 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강연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에서 "앞으로 계속 이런 자리를 갖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 행보로, 강연 주제와 장소, 시기 모두 안 원장이 직접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강연 장소로 방문하는 광주와 대구는 각각 민주당의 '성지'이자 새누리당의 '안방'이다. 여야의 텃밭을 연이어 방문해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자신의 정치적 외연을 넓히려는 포석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청춘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데 주력했던 강연 주제 역시 정치적인 색채가 강해졌다. 3~4일 전남대와 경북대에서 갖는 강연 주제는 각각 '광주의 미래, 청년의 미래', '안철수 교수가 본 한국경제'로 평소 안 원장이 관심을 가져온 경제민주화와 복지 및 일자리 문제다. 두 강연 모두 자신의 최대 지지층인 청년층이 대상으로 총선을 앞두고 이들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만한 자신만의 정치경제적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재 정치권이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상황을 언급하며 안 원장의 확실한 장점으로 인식되는 '도덕성'과 '참신성'을 부각시켜 민심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안 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에서 "제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특정한 진영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만 있다면 정치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가능성을 불러일으키면서 정치개혁을 위해 자신의 정치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안 원장이 최근 민주통합당 인재근, 송호창 후보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정치권에 새롭게 유입된 참신한 인물들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자신의 열의를 보여준 셈이다.
안 원장은 총선 이후 5~6월쯤 에세이집을 낼 계획이다. 원고 작성은 이미 지난해 마쳤으나 최근의 상황을 반영해 다시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의 대선 행보가 이제 본격화 됐다"며 "민간인 사찰 문제처럼 정치권이 소용돌이 칠 때마다 안 원장은 호출돼 대선 때까지 민심을 뒤흔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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