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과대광고 피해자 속출 대책 시급
올해 부동산 시장의 최고 화두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베이비부머 등 은퇴자들이 늘면서 오피스텔과 상가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포화상태라는 지적과 함께 사기,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직장인 박경한(41)씨는 최근 여유 자금이 생겨 오피스텔에 투자했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회사의 권유에 따라 투자한 것이다. 근처에 학교가 많아 수요도 많고 재개발 예정지라 개발 이익이 기대된다는 내용이 박씨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게다가 공실이 생겨도 1년간 수입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8000여만원을 거금을 투입해 분양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사기에 휘말린 것으로 밝혀졌다. 업체 대표 문모(50)씨 등 업자 4명이 분양한 건물은 지방자치단체에 허가도 받지 않고 용도를 변경한 불법시설물로 드러났다.
이곳은 예식장으로 쓰였던 곳으로, 문씨 등은 마음대로 벽을 설치해 오피스텔 건물이라고 사람들을 속인 것이다. 재개발 예정지라는 광고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건물 매입 대금도 내지 않아 2개 층 전체가 경매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박씨처럼 사기분양을 당한 사람은 총 77명, 피해액은 44억원에 달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구청은 불법으로 용도 변경한 부분을 원상 복구하라는 시정 명령까지 내렸다. 거액을 한번에 날리게 된 억울한 피해자들은 이행강제금까지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문씨 등은 사기분양으로 경찰에 구속된 상태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졌다는 점이다.
수익형부동산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에 비례해 사기와 과대광고도 덩달아 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제재를 취할 법적 조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상가114 장경철 이사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여유자금을 가진 은퇴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도 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익형부동산의 최대 문제는 과대광고다. 부동산 전문회사인 유엔알컨설팅에 따르면 최근 한 분양사는 “예상 임대수익률 연 10% 이상”과 “고수익 확정, 수익 보장”등의 문구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물론 사실과 달랐다. 또 다른 곳은 중앙일간지에 청약 경쟁률이 매우 높은 것처럼 부풀려 광고를 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곳은 주변 시세가격의 2분에1' 등으로 실제보다 2배 이상 낮춰 객관적 근거없이 가격이 낮은 것으로 표현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에 가장 많은 피해사례는 상가에 대한 허위 정보다. 당초 약속한 내용을 지키지 않아 분쟁이 생긴 곳도 증가하는 추세다. 투자자들 가운데 목돈에 대출을 받은 초보 투자자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심지어 분양현장에서 분양대금을 갈취하는 사례도 있었다. 토지계약금만 지불한 시행사가 소유권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였던 것이다. 시행사측이 분양대금을 갖고 잠적하는 곳도 최근 늘고 있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미등기 전매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은 아무런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해 피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큰 수익성을 내세운 부동산의 경우, 함정도 크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익형부동산 정보분석회사인 에프알 인베스트먼트의 안민석 연구원은 “최근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문의가 많이 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초보 투자자들의 피해도 차츰 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건축허가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사들이 실제로 분양을 시작한 경우다. 문제의 시행사들은 대부분 불법 선분양을 통해 자금을 충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시행사들은 은행이나 제2금융권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융자로 건물을 지어왔지만 최근 PF가 없어지면서 금융조달이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땅만 확보한 상태에서 미리 분양을 진행하는 편법이 자행돼 왔던 것이다.
은평 뉴타운의 한 상가는 이같은 방법을 동원해 2회에 걸쳐 분양을 진행해왔다. 자금 회전이 원활하지 못한 탓에 시행사는 결국 한차례 부도가 났지만 최근에는 3번째 분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 대표는 횡령을 한 뒤 야반도주했고, 회사는 소송에 휘말려들어갔다. 가장 큰 문제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라 정상적인 분양계약서 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회사측은 그대신 약정서와 영수증 등을 제공했다.
이들은 시행사가 부도가 나면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직접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솔깃한 광고나 홍보에 속아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허위 과장광고를 잘 구분해야 한다”며 “‘입지나 규모, 시설 등의 단어 대신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광고는 조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가광고에는 대부분 ‘역세권’이란 광고를 잘 쓰는 편이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면 외곽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안 연구원은 “초보 투자자는 이런 과대광고로 인해 착시현상을 일으킨다”며 “판단이 잘 되지 않아 시행사나 분양사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확정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광고도 요주의 대상이다. 오피스텔에 분양하면서 8%나 10% 등의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자 모집을 하고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곳도 많아졌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걸어도 시행사는 벌금 처벌만 받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김동수 위원장도 최근 이 같은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분양 광고에 확정 수익률을 표기하거나 내세우는 것은 허위광고”라고 콕 집어 지적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측은 “현재 허위 분양광고에 대해 별도의 조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피해자가 늘어나거나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직접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엔알컨설팅은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3가지 점검사항을 내놓았다. 우선 등기 분양과 임대 분양은 분양 유형별 체크리스트를 만들라고 조언하고 있다. 토지와 건물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담보 설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행사가 토지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받은 뒤 돈을 갚지 않아 상가가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에 힘쓰지 않으면 상가 전체가 침체에 빠져 임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임대 분양은 개발비 부담 비율에 주목해야 한다. 건물주가 상가 내부 인테리어비와 홍보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씩 입점자들에게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개발비는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분양가의 30% 이상을 개발비로 요구한다면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개발비 사용계획 및 명세서도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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