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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리더學]외교로 지킨 권력, 그 칼에 당한 '비운의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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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⑥-뛰어난 외교가이자 전략가- 명성황후 민씨
-힘없는 왕비, 스스로 기반 다지고
-시아버지 대원군에 맞서 개방 주도
-서양 열강들의 도발 '조율사' 역할
-백성을 품지못한 아쉬움 교훈으로

조선시대 명성왕후는 두 명이 있었다. 현종의 비로 숙종을 낳은 명성왕후(明聖王后·1642~1683) 김씨와 조선 말기 일본 공사가 이끄는 낭인에 의해 시해당한 명성황후(明成皇后·1851~1895) 민씨다. 이 중 고종의 비인 명성황후 민씨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 여러 측면에서 엇갈린다. 그는 조선사회의 폐쇄성을 넘어서는 뛰어난 외교역량을 발휘했지만 결국 일본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명성황후를 정점으로 하는 민씨 일족이 집권한 1873~1895년 조선은 중요한 국면에 놓여 있었다. 밀려드는 서양 열강, 흔들리는 봉건체제,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 등이 얽히며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등이 일어난 시기다. 건국 후 조선의 외교는 오로지 중국과의 관계뿐이었으나 19세기 말에 들어서며 구미 여러 국가와도 소통을 해야 하는 복잡한 관계에 직면했다. 이때 민씨는 국제적 외교관계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시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정책이 쇄국이었던 반면 명성황후 민씨의 대응책은 문호개방이었다. 민씨는 1876년 일본과 맺은 강화도조약(병자수호조규)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등과 차례로 수교를 맺었다. 외교역량을 발휘한 반면 국내외에 많은 정적도 만들었다. 이로 인해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결국 45세라는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지지 기반을 만들라=명성황후 민씨는 여흥부원군 민치록의 딸로 8세에 부모를 여의고 혈혈단신이 됐다. 흥선대원군의 부인 부대부인 민씨의 천거로 왕비에 간택됐으며 고종 즉위 1년 가례를 올리고 이후 30여년간 고종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흥선대원군은 앞서 여러 차례 외척세력에 의해 왕권이 흔들린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 민씨를 왕비로 간택할 때 이 같은 점을 주의 깊게 살폈다. 하지만 왕비가 된 민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용히 지내지 않았다. 권력을 얻기 위해 먼저 자신의 지지 기반을 만들었다.


민씨는 일가부터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그 첫 대상이 민승호였다. 민승호는 민치록의 양자로 입양돼 있는 인물로 민씨의 오라버니가 됐다. 민씨가 왕비로 간택되자 민승호는 곧 이조참의가 됐고 이후 병조참판에 임명됐다.


민씨는 만일 자신이 왕자를 낳더라도 시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외척의 발호를 경계해 후궁 소생의 아들을 세자로 책봉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했다. 결국 민씨는 시아버지와 정치적인 대결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민씨는 친정의 친인척 세력뿐 아니라 정권에서 소외된 세력을 조정으로 끌어들이면서 앞날을 계획했다.


흥선대원군에 의해 실각된 풍양 조씨의 조영하, 안동 김씨 일문의 김병기 등을 포섭하고 남편 고종의 형인 이재면 등을 자신의 수하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모두 흥선대원군에 불만이 많은 자들이었다.


유림 세력도 눈여겨봤다. 당시 유림들은 흥선대원군이 내린 서원 철폐령 때문에 큰 불만을 품고 있었으며 기회가 오면 봇물처럼 터질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지지 기반을 통해 민씨는 왕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왕비로 책봉되기는 했으나 전혀 권력이 없었던 민씨는 스스로 지지 기반을 만들어 권력을 장악했다.


◆뛰어난 외교술=청국과 러시아를 이용한 외교술은 민씨의 정치적인 역량을 잘 보여준다. 갑신정변 이후 위안스카이는 계속 서울에 머물면서 조선의 내정을 간섭했다. 일본 또한 갑신정변으로 그 세력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선을 둘러싸고 청과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열강이 조선에 출현했다. 바로 러시아였다.


민씨는 러시아 공사 내외를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더욱 확고히 하고자 했다. 민씨는 비밀리에 조선과 러시아 간에 밀약을 다시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조선에 주둔하고 있던 위안스카이에게 알려져 또다시 무산됐고 이로 인해 청나라와 러시아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러시아는 청나라에 조선의 내정을 지나치게 간섭한다며 공개적으로 공격을 해 댔다.


민씨에 의해 조선에서 밀려난 일본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민씨만 제거한다면 조선의 내정을 장악할 수 있다고 일본은 계산했다. 조선침략의 장애물이 명성황후 민씨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일본의 계획은 을미사변으로 성공했다. 을미사변은 1895년(고종 32년)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가 주동이 돼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일본세력 강화를 획책한 정변이다. 민씨가 세상을 떠난 이후 조선은 더 이상 독립국이 아니었다.


민씨가 명성이라는 시호를 받은 것은 해가 두 번 바뀐 후인 1897년 1월이다. 또한 시해된 지 2년이 넘은 11월22일에서야 국장이 치러졌다.


백성을 품지 못한 아쉬움=명성황후 민씨는 정치적인 역량과 지적인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민씨가 한 가지 자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백성이다. 민씨는 당시 백성의 어려운 처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의 생존권을 외국에 의탁했다. 그 결과 민씨는 일본의 칼에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민씨는 리더로서 자신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세력은 백성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21세기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지지해줄 부하직원, 상사, 여러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리더십은 무용지물이 된다. 다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종잇조각이 돼버린다. 오늘날 필요한 리더십은 진정한 자신의 편이 될 수 있는 이들을 먼저 신뢰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도움말: 역사학자 윤정란


<알림>
'조선왕비' 시리즈에 이어 다음 회부터는 '삼국지에서 배우는 경영전략' 시리즈가 연재됩니다.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말처럼 한 나라의 부흥을 둘러싼 고대의 지략은 현대 기업들의 전략 속에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습니다. 삼국지의 전투 속에서 오늘날 기업들의 성공 이유와 시사점을 찾아봅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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