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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사장단이 숙종을 만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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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조선후기정치사' 강연초청..왜 이시점에?
송시열·윤휴의 외교선택에서 글로벌 기업의 살길 배우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4월 총선을 2주 남겨둔 28일 삼성 사장단이 조선 후기 정치사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유명 역사학자인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 소장이 맡았다. 이 소장은 본인의 저서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윤휴와 침묵의 제국' 두 권의 내용을 현재 국내 정치상황과 빗대어 강의를 진행했다.

송시열은 보수로, 윤휴는 진보로 대변된다는 점, 특히 총선을 2주 앞둔 미묘한 시점에 삼성 사장단이 이 같은 주제로 강의를 들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함축돼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사장단이 총선을 앞두고 조선 후기 역사를 되짚어봄으로써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물론 삼성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한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조선 후기 16세기 말과 17세기 말은 정치적 격변기였다. 정치적 격변과 함께 국제무역업이 발전한 시기였다. 이 소장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분야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신분제의 변화를 가져왔고 양반과 상민으로 대변되던 조선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양반의 특권이 폐지되고 농민과 노비에 대한 신분 억압을 철폐하는 것이 시대의 요구였지만 조선후기는 그런 길을 걷지 못했다.


이 소장은 송시열을 예로 들며 조선 후기의 비극에 대해 설명했다. 시대적 요구에 반해 주희의 주자학이 구현되는 예학의 나라를 꿈꾸며 서인과 남인이 예송논쟁을 불러 일으켜 조선을 당파싸움에 빠져들게 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를 펴낸 이후 10년 뒤인 지난해 '윤휴와 침묵의 제국'으로 돌아왔다.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에서 변화를 주저했던 송시열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이 책은 조선 주변의 국제 정세를 현 정치 상황과 맞물려 그렸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에게도 다소 생소한 윤휴는 1, 2차 예송논쟁 때 남인의 중심에 서서 왕권을 옹호하고 숙종 때 신분제 타파와 과거 제도 혁신, 조세 제도와 군역의 개혁을 주장한 개혁가이자 사상가였다. 송시열과는 정 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다.


윤휴는 개혁을 바탕으로 국가의 내실을 다지고 국제 정세를 이용해 실질적인 북벌을 주장했지만 송시열과 그의 추종 세력에 의해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당하고 만다.


이 소장은 두 사람의 라이벌을 들어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현 정치상황에 대해 강의했다. 윤휴가 개혁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정치가라면 송시열은 서인, 노론의 영수로서 세상을 주무른 권력자였다는 것이다.


윤휴가 공자와 맹자의 원전으로 돌아가 자유롭고 독창적인 학문을 모색했다면 송시열은 주자학 유일주의를 주장하고 그 기틀을 세웠다. 특히 윤휴가 매번 실질적인 대안을 내 놓으며 북벌을 실행하려 할 때마다 송시열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반대한 점은 현 정치 상황과도 미묘한 연관성을 띄고 있다. 더 나아가 경제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들어 수요 사장단 회의 강연 주제를 인문학 위주로 잡고 있다"면서 "조선 후기 정치사 최고의 학자인 이덕일 소장을 초청해 '보수'와 '진보'로 대립하던 조선 후기 정치 상황을 현재에 빗대어 살펴보며 사장단들의 안목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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