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1회 OCN 일 밤 11시
가상의 도시 무영시, 시장의 망나니 둘째 아들 흑철(양동근)은 형사 윤이온(한채아)에게 작업을 걸다가 사건에 휘말려 총을 맞는다. 흑철의 아버지 김훈(손병호)은 아들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의료진에게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은 신약을 요구하고, 신약의 가공할 효능 덕에 흑철은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가 재선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흑철이 자신의 힘과 재력을 이용해 아버지와 형 명철(최철호)로 대표되는 부패한 지도층과 맞서 싸울 것을 결심하며 영웅은 탄생한다. 사악한 아버지에 맞서 싸우는 선한 아들의 서사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흥미롭고, 비딱하고 껄렁한 히어로 흑철은 양동근 특유의 리드미컬한 연기에 맞춤옷처럼 어울린다.
하지만 <히어로>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작품이 내포한 딜레마다. 무영시는 극심한 계급격차와 인종차별로 인해 일반구역과 ‘특구’로 나뉘어 운영되는 디스토피아고, 김훈은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골자로 한 매파 정책을 밀어 부친다. 혼혈인과 빈민층이 대다수인 ‘특구’는 게토화되고, 김훈은 재선을 위해 ‘특구’를 더 고립시킨다. “돈 많은 건 죄. 그걸 깨닫지 못 하는 건 더 큰 죄”라는 윤 형사의 말처럼, 무영시를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돈과 권력, 계급의 문제다. 히어로물이 당대의 문제를 반영한다고 볼 때, 돈과 계급의 문제를 건드린 <히어로>의 설정은 정확한 지점을 타격한다. 그러나 그 상황을 타개할 영웅의 역할을 억압받는 하위계층이 아니라 권력 내부의 돌연변이에게 맡기면서 딜레마가 시작된다. 흑철이 활약하면 활약할수록, 하위계층은 제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아니라 ‘각성한 부잣집 아들’ 흑철에게 보호받는 객체로 소비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칫 문제의식은 제대로 던져놓고, 답은 엉뚱한 곳에서 찾다 끝날지도 모르는 셈이다. 과연 <히어로>는 스스로 판 함정들을 잘 피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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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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