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SBS 수 밤 11시 15분
농촌 총각과 도시 처녀 특집이라 해서 <짝> 24기가 특별히 남달랐던 것은 아니다. 논란을 즐기는 듯한 제작진은 어쩌면 이 특집을 마련하면서 순박한 시골남자와 깍쟁이 도시여자의 문화 충돌 같은 관람 포인트를 기대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1부에선 그런 갈등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새삼 돋보인 것은 애정촌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묘미였다. 이곳에 입주한 참가자들이 모두 같은 옷으로 갈아입고 이름 대신 호수로 불리며 첫 인상만으로 호감과 비호감을 재빠르게 구분하는 순간, 그 동물적인 본능으로 재편되는 애정의 권력구도는 인간판 <동물의 왕국>이라 불리는 애정촌 관람의 가장 큰 재미다. 그래서 24기 최대의 관람 포인트는 여섯 명의 여성 중 무려 다섯 명의 마음을 뺏으며 순식간에 애정촌 권력 구도의 왕좌를 차지한 “칠간지” 남자7호에 몰린 여성들의 애정 공세와 은근한 신경전이었다.
이러한 권력 구도를 부추긴 데에는 쌍둥이 자매 여자2호와 3호의 톡톡 튀는 캐릭터도 큰 역할을 했다. 처음부터 솔직하고 적극적인 감정 표현과 활발함으로 여성합숙소 분위기를 장악한 이 자매는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서로의 경쟁자로 꼽기도 했다. 언니 2호는 첫눈에 남자7호에게 호감을 표하며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동생 또한 그가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쟁취하고 싶은 남자’라며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이들의 뒤에 역시 남자7호에게 관심을 가진 다른 여성들의 속 타는 시선과 첫 도시락미팅에서 여자2호에게 선택 받아 기뻐했다가 그녀가 남자7호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모습에 혼란을 느끼는 남자2호의 시선이 엇갈렸다. 이 심각한 상황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사랑의 진통은 느닷없이 그렇게 시작된다”는 냉철한 자막은 <짝>의 본질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똑같은 옷으로도 감출 수 없는 캐릭터의 본능과 계산적으로 짜여진 시추에이션이 만나 빚어지는 아이러니한 웃음과 눈물의 시트콤. <짝> 24기 1부에서 그 시트콤의 절정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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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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