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교도소 수용자와 소년원 원생들이 우리 자생식물을 직접 키운다. 정서 순화 효과와 함께 사회 진출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자생식물 키우며 재활희망 찾는다=법무부와 환경부는 14일 '자생식물복원 파트너십'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 직접 자생식물을 키워내는 것이다. 2010년 나고야 의정서 체결 이후 우리 생물자원을 복원하고 늘려 나가야 한다는 고민이 커진 가운데 나온 아이디어다.
올해 1년동안은 청주소년원과 영월교도소, 순천교도소 등 3개 시설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청주소년원에서는 둥근잎꿩의비름 등 9종 2만여개체, 영월교도소에서 깽깽이풀등 17종 1만여개체, 순천교도소에서 한라부추 등 3종 6000여개체를 복원한다. 특히 교도소, 소년원 수용자가 직접 자생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한택식물원 등의 기관에서 직접 맞춤 교육을 실시해 향후 사회적 기업 창업 등 재활 토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식용인 한라부추나 습도조절 기능을 하는 선태류 등은 활용가치가 높아 수익성이 좋다"며 "이런 식물을 재배해 일반에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나도풍란이나 한란처럼 재배가 까다로운 식물까지 재배를 확대하면 국가 생물자원 보호에도 적지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평여자학교 "아이들 마음 위로해줄 것"=유영숙 환경부 장관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직접 참석한 업무협약식은 13일 청주소년원(미평여자학교)에서 열렸다. 총 80명의 원생들을 수용하는 미평여자학교에는 현재 48명이 머무르고 있다. 여자 청소년만을 수용하는 곳으로 8호, 9호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1개월에서 6개월까지 관리를 받는다.
대부분의 경우 절도죄로 미평여자학교까지 왔다. 가장 어린 원생의 나이는 만 11세다. 역시 죄목은 절도죄였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쉼터를 전전하며 지낸 이 원생은 배가 고파 먹을 것을 훔치다가 절도죄로 잡혀 미평여자학교에 보내졌다. 학교 관계자는 "대다수가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라며 "제 때 밥을 먹고 규칙적인 생활만 해도 다들 부쩍 좋아진다"고 말했다.
미평여자학교는 이번 협약식으로 원예반에서 자생식물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새벽 여섯시 반에 일어난 원생들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여러 프로그램을 수강하는데 원예반도 그 중 하나다. 이미 지난주부터 자생식물을 심기 시작했다.
미평여자학교 측은 이번 사업으로 아이들의 정서를 위로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립의 기반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원예반을 계속 운영해왔는데, 식물 가지가 실수로 꺾이니까 한 아이가 '내 팔이 부러졌다'고 하더라"며 "그만큼 아이들이 식물을 키우며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립 교육으로는 네일아트를 가르치고 있는데, 수익성 높은 자생식물을 사회 진출 발판으로 삼게 해 주는 것도 장기적으로 고려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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