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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신종 폭탄주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3초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12일 저녁 9시. 박진모(33)씨와 대학 동기들은 요즘 가장 '핫'하다는 이태원의 한 라운지(신개념 문화공간)를 찾았다. 박씨는 친구들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항상 술자리를 주도, 폭탄주 문화를 전파해왔다.


박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친구들에게 새로운 폭탄주를 보여주겠다며 럼(당밀이나 사탕수수의 즙을 발효시켜서 증류한 술)과 크랜베리 주스를 주문했다. 동기들은 박씨가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박씨는 럼과 크랜베리 주스의 양을 3대 7 정도로 섞어 동기들에게 내밀었다. 동기들 가운데 주량이 소주 2잔인 조항준(33)씨는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것 같다며 거부했지만 박씨의 강권에 술잔에 입을 댔다.


순간 멈칫하던 조씨는 한모금을 마신 뒤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달고 맛있네"라는 조씨의 말에 박씨는 "거봐 맛있지? 이게 요즘 뜨고 있는 신개념 폭탄주"라고 답했다. 다른 동기들도 처음 마시는 폭탄주에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폭탄주 문화를 주도하던 소폭(소주+맥주), 양폭(위스키+맥주)문화가 럼이나 보드카 등에 과일 주스를 섞어 마시는 문화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럼폭', '보드카폭'이다.


럼과 보드카에 각종 주스를 혼합해 마시는 것은 물론 럼에 라임즙을 넣고 라임웨지를 올린 '쿠바리브레', 럼에 라임과 소다 등을 넣은 '라임 스쿼시' 등 그 종류만도 수십가지다. 또한 리큐어에 에너지 음료인 '레드불'이나 '핫식스' 등의 에너지 음료를 섞어 마시는 '예거밤'과 위스키에 프리미엄 생수(페리에, 산펠레그리노 등)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도 젊은 층에서 인기다.


특히 럼이나 보드카는 독주이기에 그냥 마셨을 때는 목 넘김이 쉽지 않지만 주스와 섞어 마시면 알코올 도수가 떨어지는 등 혼합에 따른 상호작용으로 역한 맛이 사라지고 달콤한 맛이 더욱 강조된다는 게 애주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독주에 거부감이 많은 여성과 주량이 약한 남성들이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 것.


소폭이나 양폭과 달리 원샷을 하지 않는 점도 '럼폭' '보드카폭'의 장점이다.
직장인 박은경씨(30)는 "소폭이나 양폭은 원샷을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럼폭이나 보드카폭은 마시는 양을 개인 성향에 맞출 수 있다"며 "내용물은 물론 마시는 방법에서도 차별화한 젊은이들만의 폭탄주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관련 술 시장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럼 시장점유율 1위인 바카디는 지난 3년 동안 29.1%의 성장율을 기록했다. 앰솔루트, 스미노프, 그레이구스 등으로 유명한 보드카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판매량이 전년(5만7932상자ㆍ한상자 9리터)대비 52.8% 증가한 8만8531상자를 판매했다.


이처럼 럼과 보드카가 인기를 끌면서 크랜베리 주스의 판매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 1위의 크랜베리 주스 회사인 오션스프레이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20% 가량 늘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오션스프레이를 수입해 유통하는 신세계 유통은 최근 '미니 크랜베리 주스'를 출시,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맥주, 위스키 등 기존 주류들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럼이나 보드카 등의 백주(白酒ㆍ화이트 스피릿)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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