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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4년, 마장동 '칼가는 소리'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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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4년, 마장동 '칼가는 소리'가 멈췄다 ▲주말에도 인적이 드문 마장동 축산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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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오주연 기자]"본래 이 정육점 칼이 2~3일에 한 번 씩 갈아줘야 하거든. 그런데 요즘에 내가 6개월 만에 칼 간다는 사람도 봤어. 어이가 없더라고. 식당이 안되니까 정육점이 안 되고. 그러니까 칼갈이가 죽겠어. 내가 죽겠어."

10일 오후 주말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서울 마장동 축산물 시장. 인적이 끊긴듯 한 고요함 속에서 도둑 고양이들만 자투리 고기를 찾아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30년간 마장동에서 칼을 갈아 온 상인도 일이 없어 넋을 놓고 있었다. 일거리가 없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던 한 상인은 손님인줄 알고 취재진에게 눈길을 주었다가 이내 실망하며 컴퓨터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장동에서 이름없는 점포를 운영하는 한 50대 상인은 IMF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상인들이 대통령을 얼마나 원망하는지 몰라. 장사 접은 친구들이 너무 많아. 장사가 안되서 나가서 직장 구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대. 여의치 않으니까 또 다른 장사를 하더라고. 그러다 또 망하고. 지금은 집에서 놀아. 그런데 전세 값이 계속 오르니까 지금 너무 우리가 너무 허덕이고 있어. 이거 봐, 지금 고기가 안 팔리니까 말라가잖아. 정말 속상해 죽겠네."


대형마트에서 9년간 일을 하다 전통시장으로 들어왔다는 한우나라 직원은 "처음 마장동에 발을 들여놨을 때와 비교할 때 시장 분위기가 참혹할 정도로 침체됐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외래손님들도 많았어요. 손님들이 우르르 왔다가 우르르 가는 그런 맛이 있었지. 그런데 요즘은 거래처만 남았어요. 여기 1500개 가게들이 다 죽지 못해 살아요 진짜. 경매장에 가잖아요? 대형마트 쪽 사람들이 3~4명씩 나와서 엄청 비싼 값을 불러서 좋은 고기를 다 사가요. 소매하는 사람들이니까 비싸게 사도 남지.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사면 남는 게 없어. 마트에서는 버리는 거 없이 자투리 고기까지 다 세일해서 팔아치우지만 여긴 그게 안되니까···. 뭐 더 좋아지겠어요? 그냥 체념하고 삽니다."


프랜차이즈 업체에 족발을 납품하는 한 상인은 "외상값이 늘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외상값이 정말 많이 밀렸지. 예전보다 한 5배는 외상이 늘어난 것 같아요. 식당들이 개업을 하면 죄다 4~5개월 만에 망해버리고. 그러면 우리는 또 돈을 못 받아요. 오래 장사를 해야 우리도 같이 잘 되는데 외상값을 못 받아서 아주 죽겠어요. 안 망하고 계속 하는 업체들도 점포세 내고 나면 우리 외상값을 못 주니까···. 정말 미칠 노릇이죠."


마장동에서 수십년간 매점을 운영해 온 한 상인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매기는 MB 5년의 참혹한 성적표를 매일 보고 듣는다고.


"대통령 당선됐다고 할 때 여기 마장동에서는 축제까지 벌였지. 여기 보이죠? 여기 천장에 비 막아주는 이거를 지금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만들어 준 거거든. 우리가 그 때 경제 대통령이 됐다고 얼마나 기대를 했어.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 이름 꺼내면 맞아 죽지. 대통령 되고 나서는 코빼기도 본 적이 없어. 상인들이 지금 주말인데 봐봐. 다 문을 닫고 벌써 술을 먹고 있잖아. 장사가 안되니까 상인들이 술만 먹어."


MB정부 4년, 마장동 '칼가는 소리'가 멈췄다 ▲한적한 노량진 수산물시장



주말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이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겉보기에는 그나마 상황이 나아보였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상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30년간 수산시장에 몸을 담아온 한 상인은 "30년 장사 중 지금이 최악"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물가는 이전 정부 때보다 몇 배는 더 비싸졌지. 일본 방사능이다 뭐다 해서 사람들이 회안먹지, 작년에는 또 물 온도가 너무 높아져서 고기가 없었어. 자리 반납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요즘에는 자연산이고 뭐고 양식도 잘 안돼. 그런데 지금 나라에서 여기 상인들한테 해 준게 뭐가 있어? 지금 쭈꾸미 철인데 이게 1kg 작년에는 1만5000원이었거든. 지금 2만원이 넘어요. 사람들이 '안 먹고 만다' 이러면서 가버린다고."


상인들은 MB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수산식품 유통업을 하는 상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다면서 정치적 쇼를 할 뿐 정작 중요한 것은 다 대기업에 넘겨준다"면서 불만을 토했다.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30년간 수산물 유통일을 했는데 가면 갈수록 더 힘들어져. 대기업들이 다 씨푸드 사업에 손을 대잖아. IMF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어. 그때까지는 대기업들이 여기에 손을 안댔으니까. 경마장이나 여러 공기업 공공단체에 여기 상회들이 다 납품을 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다 대기업들이 시설 지어주고 낚아채 가 버리니까. 대기업들이 생산해서 수출을 해야지 왜 작은업체들이 하던 내수시장을 뺏아가냐고. 우리는 대기업들이 안하는 틈새, 빈틈시장만 먹고 있는거야 지금. 심부름꾼 역할로 전락했지. 정부도 '전통시장 살린다' 말만 하지. 뒤로는 다 대기업에 밀어주고. 내가 이 나이에 벌써 쉴 수도 없고···. 암담해."


같은 시각 가락동농수산물시장 청과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형형색색의 봄 제철 과일들로 물들었지만 지갑을 열는 손님들은 드물었다. 3명 중 1명은 이리저리 가격을 재며 '비싸다'를 연발하기 일쑤였다.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물가'와 '경기' 얘기에 진저리를 쳤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경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채소상인 양모(55)씨는 물가가 이 정부 들어 2배 이상 뛰었다고 토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하나는 잡겠다고 했었지 않았나. 다 거짓말이다. 이를테면 사과 한 박스에 3만원에 들여왔다면 지금은 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가격이 올라가니 손님들 발걸음도 뚝 끊겼다. 저렴해야 재고없이 빨리빨리 회전이 되는데 비싸니까 사람들이 안사려고 한다. 과일은 쟁여두면 썩으니까 마진 얼마 남지 않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팔 수밖에 없다. 요새 이런 일이 허다하다."


다래, 냉이 등 봄나물 판매하고 있는 채소상인 임모(60)씨도 MB정부의 물가관리, 민생안정에 낙제점을 매겼다.


"배추 장관, 무 차관 만들어봤자 다 부질없는 짓이다. 채소·과일 가격을 억지로 잡는다고 해서 잡히는 줄 아나본데 전혀 모르는 말이다. 채소랑 과일은 공급 물량에 따라 가격 편차가 굉장히 심하다. 지난 여름에 한 달 넘게 장마가 지속되고 겨울에는 한파가 이어져서 작황이 형편없었다. 이 때문에 과일은 물량이 없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잡겠다고 해서 지금 잡혔나? 물가는 정치랑 다르다. 괜한 말로 표심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가잡는 말, 다 쉰 소리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본 MB정부의 물가관리 및 민생안정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대통령 이름만 꺼내도 고개를 돌려 버리는 상인들. 2011년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7.9%로 OECD국가 31개국 중 2위, 소비자물가 상승률(4.0%)은 4위. 정부가 수치로 느끼는 위협을 상인들은 맨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박소연 기자 muse@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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