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복(인도네시아)=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푸른 바다는 느릿하다. 그 곳에서는 시계조차도 느리게 걷는다. 여유와 풍요가 넘치는 섬, 인도네시아 롬복의 이야기다. 유명관광지인 발리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한 폭의 그림 같은 해변과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이 주는 감흥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시끌벅적한 유흥보다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맞춰 느릿느릿 시간을 곱씹고 싶은 이들이 찾는 천상의 섬이다.
발리섬 바로 동쪽에 위치한 롬복 섬은 굳이 따지자면 제주도와도 닮은 구석이 있다. 섬 크기는 제주도의 2.5배정도고, 섬 한가운데는 해발 3726m의 화산 구눙 린자니(Gunung Rinjani)가 멋진 모습을 뽐낸다. 동북쪽 해안에는 검은 모래 해변이 펼쳐진 생기기(Senggigi) 지역과 '길리 삼총사'로 불리는 세 개의 섬이 있다. 자연과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롬복으로 떠나온 이들이 주로 찾는 지역이다.
동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울창한 야자수 숲 사이로 현지 주민들의 소박한 삶도 엿볼 수 있다. 도로변에 위치한 색색깔의 집 앞마당에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안고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젊은 여인들이 빨래를 널고 있다. 사슴을 닮은, 맑은 눈망울의 소도 자주 눈에 띈다. 때때로 느릿느릿 도로를 점령하기도 하는 이들 침입자(?)에게 현지 주민들은 관대하다.
차보다 많은 것은 오토바이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소문난 지역에서는 히잡을 쓴 여인과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는 롬복의 젊은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길리 트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 등 '길리 삼총사'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포구에서 보트를 타야한다. 맑은 바다와 푸른 하늘, 그림을 그린 듯 둘러싸인 산을 바라보며 30~40여분을 달리면 트라왕안섬에 도착한다.
해변에서 주로 마주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유럽, 호주인이다. 아직까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검은머리의 동북아시아인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최근에는 한국 여행객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이곳을 찾는 한국인 신혼부부나 휴양객들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길리 삼총사'섬에는 세 가지가 없다. 모터차량, 경찰, 개다. 대신 조랑말이 끄는 마차와 고양이가 있다. 사람이 살기 이전부터 고양이들로 넘쳤던 곳, 강아지는 살지 못했던 섬이라고 한다. 경찰 대신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치안을 맡는다.
해변에서는 끼리끼리 선탠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휴양객들을 만날 수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닷물 속에는 각양각색의 열대어와 산호초가 자태를 뽐낸다. 운이 좋다면 1m에 달하는 거북이, 죽은 듯 깔려있는 바다뱀도 볼 수 있다. 물고기 밥을 내밀면 수십마리의 열대어가 몸 주변을 감싸는, 짜릿한 경험도 할 수 있다.
휴양객 3명이 탈 수 있는 마차 또는 자전거를 빌려타고 섬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40분 남짓이다. 각 섬의 동쪽 해안에만 리조트와 식당, 카페, 상점들이 몰려 있고, 나머지 지역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주민들의 생활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 '길리 삼총사'섬을 벗어나 본섬의 전통시장을 찾으면 된다. 생기기 지역 남쪽에 위치한 '끄본로에' 시장에 가면 해맑은 웃음의 주민들이 "꼬레아(Korea)?"라는 말로 관광객들을 반겨준다. 카메라를 든 낯선 외국인에게 경계심을 느낄만도 하건만 팔뚝보다 긴 생선을 든 채 멋진 포즈를 취해준다. "꼬레아?"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 "박지성"이란 단어가 따라오기도 한다.
롬복인들이 스포츠 중에서도 특히 축구를 사랑한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할머니들은 과일, 커피, 채소가 널린 좌판을 펼치고 마냥 손님을 기다린다. 처음 보는 열대과일을 하나씩 두루 맛보기에 시장만한 곳도 없다.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왁자지껄한 시장풍경에 사람 사는 맛까지 더해진다.
눈 앞에 바다를, 뒤에는 열대숲을 두고 인도네시아 전통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코코비치를 찾자.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코코비치에서는 파도소리를 양념 삼아 나시고렝, 미고렝을 맛볼 수 있다.
식사를 하다보면 종종 롬복의 특산품인 진주나 직접 만든 코코넛오일을 판매하는 주민들도 만나게 된다. 현지 가이드의 도움으로, 또는 짧은 영어로 이들과 흥정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해변 식당에 앉아 풍경과 음식에 취하다보면 어느새 다리 근처에 고양이가 다가와 있기도 한다.
아직까지 개발이 덜 된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멋진 해변을 따라 풀빌라 리조트와 호텔들도 늘었다. 호텔식 객실과 전용해변을 갖춘 생기기 쉐라톤, 다양한 풀빌라로 구성된 푸리마스 리조트 등이 대표적이다. 숙소나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작은 도마뱀에 놀라지는 말 것. 사람에겐 다가오지 않는다.
롬복의 인구는 240만명 정도며 인구 대부분이 사삭족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국내에서 바로 가는 직항노선은 개설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인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을 이용하면 자카르타, 발리를 경유해 롬복에 갈 수 있다. 국내선을 타고 자카르타에서는 2시간, 발리에서는 20~30분이면 닿는다. 롬복 공항에서 섬 동북쪽 해안까지는 차량으로 1시간~1시간30분가량이 소요된다. 여행 적기는 건기인 6~9월이다. 통용화폐는 루피아와 미국달러.
◆여행상품: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여행사 허니문듀와 함께 롬복 4박6일 패키지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항공편은 오전 10시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15시45분 자카르타공항에 도착, 국내선으로 환승해 21시5분 롬복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푸리마스 원베드 풀빌라 4박과 전 일정 식사 및 차량, 가이드가 포함된다. 주요 관광일정으로는 길리섬 스노쿨링 투어,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 등이 있다.
롬복(인도네시아)=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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