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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기름이라도 써야할 판" 오일쇼크, 기업이 미끄러진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삼성 미래전략실 에너지 절감대책 마련 분주
항공·해운업도 직격탄…탑재 음용수마저 줄여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8일 오전 모 해운업체 영업팀. PC 모니터를 통해 선박연료유로 사용되는 벙커C유 가격을 살피던 직원은 t당 가격이 741달러(싱가포르 380cst 기준)를 찍자 고개를 떨군 채 한숨을 쉬었다. 이 직원은 "최근 유가가 연일 치솟자 하루에도 수차례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가짜 기름이라도 써야 할 판"이라며 답답해 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재계에 비상에 걸렸다. 항공, 해운 등 기름을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는 아예 공황에 빠졌다. 하지만 기업 대다수가 이미 실시중인 절감대책 외 마땅한 추가 대책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비상에 돌입한 경영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가늠할 수 없어 엄두도 못내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일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마땅한 대책없이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미 절감을 위한 대책을 총동원한데다 국제유가 전망이 쉽지 않아 대책을 세우기조차 벅찬 상태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에너지 절감대책을 마련키로 했지만 직원들은 더이상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가 추이가 연초 예상한 폭을 훨씬 뛰어넘자 그룹 차원에서 허리띠를 조이며 경영전략 수정에 나섰지만 그동안 쓸만한 대책은 다 쓴 만큼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두바이유 가격이 연평균 150달러를 지속할 경우 그룹 에너지 관련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 고위관계자는 "에너지 절감책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유가를 따라가기 버겁다"며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가짜기름이라도 써야할 판"이라며 "대다수 기업들이 연초 유가평균치를 나름 높게 잡는다고 잡았는데, (현재 유가가) 훨씬 올라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연료사용규모가 큰 해운항공업계 역시 불가항력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할 수 있는 대책을 모두 운영중이지만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바람에 더 이상 묘책이 없어 망연자실하고 있다. 최단항로를 찾아내 운항시간을 최소화하고 경제속도, 경제고도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고육지책으로 탑재 음용수과 승무원의 개인수화물마저 줄이는 등의 기존 대책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가능한 대책을 모두 상시화해서 운영 중"이라며 "유가가 어느선까지 오를지, 어느 수준이 마지노선인지 내부에서도 계획을 세우지 못해 떨어지기만을 지켜보고만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항공ㆍ해운업계는 이미 유가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연초 연간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가격을 배럴당 120달러 초중반으로 잡았으나 7일 기준 133.96달러로 이미 10달러 이상 상회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달러 오르면 연간 손실액이 38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도 1달러에 200억원의 손실이 오간다.


해운업계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료비가 t당 100달러 인상될 경우 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척 당 추가비용은 연간 390만달러에 달한다. 선박연료유로 사용되는 벙커C유 가격(싱가포르 380cst 기준)은 지난 7일 t당 74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이상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연초 해운사들의 예상치인 600달러 초중반을 훨씬 웃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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