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목표를 달성했지만 최강희 감독은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개운하지 못했던 경기 내용 때문이다.
대표팀은 29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대표팀은 4승1무1패의 성적으로 B조 1위를 확정지으며 월드컵을 향한 항해를 이어나가게 됐다. 최종예선 조 추첨은 3월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뤄진다.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최강희 감독의 얼굴은 승장과 거리가 멀었다. 선수들의 득점 때도 그러했다. 특별한 표정 없이 시종일관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기쁨을 만끽하지 못한 건 부진한 경기 내용에서 비롯된다. 대표팀은 후반 21분 이동국의 선제골이 나오기 전까지 쿠웨이트의 파상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잦은 패스 미스에 실점 위기로 연결되는 역습을 여러 차례 맞았다. 승리 속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 주된 이유다.
최 감독의 가장 큰 아쉬움은 공간 활용이었다. 그는 경기 뒤 “상대가 배후를 침투하는 것을 대비하다보니 수비가 자꾸 뒤로 처졌고 결국 공간을 많이 내주고 말았다. 좀처럼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남은 시간 보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대표팀은 전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어려웠다. 손발을 맞춘 시간이 열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주영, 기성용 등 해외파들은 27일 오후에서야 팀에 합류했다. 최 감독은 “이틀 전에 와서 90분을 소화하는 것은 힘들다. 박주영과 기성용이 대표팀에서 헌신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줬다”며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앞으로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을 큰 틀에서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박주영과 이동국의 호흡에 대해서는 “서로 자리를 바꿀 수 있다. 공격적으로 로테이션을 많이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스트라이커가 미드필드에 2명이 있다 보니 잘 맞지 않은 것 같다”라고 솔직한 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내 “두 선수 모두 능력이 있고 다양한 기술을 갖춰 계속 경기를 하게 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대표팀은 최종예선을 준비한다. 걸려있는 본선 진출 티켓은 4.5장. 최 감독은 가지고 있는 복안을 일부 공개했다. 그 핵심은 2012 런던올림픽에 나서는 23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었다. 그는 “앞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각도로 생각하겠다”라며 “2012 런던올림픽이 끝나면 젊은 선수들을 망라해서 선수를 뽑을 생각이다. 충분히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그 선수들을 잘 살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대표는 능력이 되는 선수라면 누구나 올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한 경쟁 체제 속에서 대표팀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최 감독의 얼굴은 아직 밝지 않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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