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장 송종호, 청년창업 기획육성 아이디어 번뜩 떠올랐다
"창업사관학교 1기 졸업생 212명 전원 사장님"
스파르타식 프로그램 운영…불성실한 입교생 내쫓기도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한류 열풍을 주도하는 케이팝(한국대중가요)은 혹독한 훈련과 교육의 결과물이다. 여성 아이돌 소녀시대가 미국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실력을 뽐낸 것은 잘 짜여진 기획사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머릿속으로 전혀 다른 생각을 떠올린 이가 있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이다.
송 청장은 28일 "아이돌 가수들은 2~3년씩 훈련받아 길러진다"며 "창의력이 필요한 가수들도 훈련을 통해 성공이 가능한 것을 보고 창업가들도 그렇게 키워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과 드림비즈포럼이 주최한 '청년 창업가 한마음ㆍ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그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이하 창업사관학교)의 아이디어는 케이팝을 보고 얻은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창업사관학교는 지난해 3월 중진공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그가 주도해 만든 공간이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중소기업연수원에서 40세 미만 청년 창업가들에게 성공 노하우를 가르친다. 지난해 242명이 입학했고 제1기 졸업생 212명을 배출했다. 졸업생 전원이 창업에 성공했을 정도로 교육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송 청장은 "재미교포 학생이 들어가고 싶다고 찾아왔을 정도로 외부에서 인식이 좋다"며 "지난해 직접 개교를 이끈 만큼 창업사관학교를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창업사관학교가 인기를 모으는 것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원스톱 지원 기관이기 때문이다. 창업 절차부터 시제품 제작 및 제품 판매까지 창업에 관한 종합적인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다. 입학생은 전문가로부터 1 대 1 매칭 교육은 물론, 최대 1억원의 사업비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올해는 관련 예산 150여억원이 배정된 상태다.
한 번 입학 후에도 교육에 불성실하게 응하거나 애초 계획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면 퇴출될 만큼 규정도 엄격하다. 지난해 입교생 중에도 29명이 짐을 쌌다. 송 청장은 "학교 내 교육 프로그램을 일부러 스파르타 식으로 짰다"며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송 청장은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출범한 후에도 주말이면 안산을 찾아 현장을 둘러볼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홀로 나타나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를 보고 직원들과 학생들이 "누구냐"며 궁금해 했을 정도다. 그는 향후 창업사관학교의 규모를 보다 키우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실리콘밸리처럼 안산 지역 전체를 창업사관학교로 가꿔 청년창업의 요람으로 만들고 싶다"며 "그렇게 된다면 안산은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청장은 창업사관학교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각종 지원제도를 염두에 두고 신청서를 제출하는 행태는 따끔하게 질책했다. 그는 "지원제도는 외부에도 많이 있다"며 "내 사업을 다듬고, 테스트해 보겠다는 준비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창업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는 "십수년 동안 창업 정책을 다뤘지만 내게 창업을 해보라면 자신없다"고 털어놨다. 창업의 고난은 아기를 낳는 산모의 고통과도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창업 관련 정책을 추진하며 현장과 거리감이 많았다"며 "앞으로 청년이 보는 창업과 정책 간 간격을 좁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송 청장,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제1기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식'을 개최했다. 제2기 입교생은 현재 116명이 선발된 상황인데 2차 선정을 거쳐 총 24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