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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수장학회 반환 안해도 된다" 판결(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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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 "강제 헌납 인정하나 제척기간 지나 취소권 소멸" 판결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법원이 정수장학회가 강압에 의해 국가에 넘겨진 사실을 인정하고도 되돌려 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효가 이미 완성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24일 고(故) 김지태 씨의 유족이 재단법인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불법으로 강탈한 장학회 주식을 돌려달라”며 낸 주식양도 청구 등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김씨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설립한 인물이다.

재판부는 “김지태씨가 정부의 강압에 의해 주식을 증여했다는 점은 인정되나, 당시 김지태씨가 의사결정의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증여 행위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박에 의한 행위가 무효로 되기 위해서는 강박의 정도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여야 한다.

재판부는 “다만 강박에 따른 의사표시에 대해 취소할 수 있는데, 취소권은 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며 “김지태씨가 주식을 증여한 1962년 6월20일로부터 10년이 지날 때까지 취소하지 않았으므로 제척기간이 지나 취소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또 "국가도 과거 군사정부가 자행한 강압적 위법행위에 대해 김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지만 김씨가 구속됐다가 석방된 1962년 6월22일로부터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역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정수장학회는 지난 1958년 김지태 씨가 세운 부일장학회를 정권에서 헌납받아 설립된 5ㆍ16장학회의 후신으로,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와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변경했다.


정수장학회는 지난 2005년까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사장을 맡는 등 박 위원장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7년 6월 “1962년 당시 중앙정보부 관계자 등이 김지태 씨에게서 재산을 헌납받은 것은 공권력에 의한 강요”였다며 “국가는 토지와 주식을 돌려주고 원상회복이 어려울 경우 손해를 물어줘야 한다”는 취지의 진실규명 및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김 씨의 유족들은 “헌납할 당시 김지태 씨가 소유하고 있던 문화방송 주식과 부산일보 주식 등을 돌려달라”며 소를 제기했다. 정수장학회는 현재 문화방송 주식 30%와 부산일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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