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계원로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20일 청와대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의혹에 검찰조사를 받은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국회의 권위를 추락시켰다고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는 무분별한 복지경쟁에서 페이스(속도)를 지키라고 했고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에 대해서는 한풀이 정치를 중지하라고 했다.
이 전 의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서 의장공관에서 이뤄진 박 의장에 대한 방문수사에 대해 "부끄럽다는 말 이외에 할 말이 없다"면서 "비록 방문수사라고 하지만 검찰이 의장 공관에 들어가서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입법부의 권위 추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직 의장으로써 참담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 뿐"이라고 했다.
이 전 의장은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한미 FTA폐기주장과 핵안보정상회의, 원전건설 반대 등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한명숙 대표가 한(恨)의 정치를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 "원수끼리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결투를 지금 하고 있는데 선거 후유증이 심해 선거 후 정국이 극도로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전 의장은 이어 "여당도 갑자기 표 얻으려고 복지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표도 이제는 자기 페이스를 지켜야 된다"고 했다. 그는 군인봉급 인상을 예로 들며 "복지라는 게 오케스트라와 다르다. 시청자, 국민들의 감정을 위로하고 그걸 끌려고 하는 그런 정책이 아니다"고 했다. 저축은행 특별법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법률적으로 따지면 포퓰리즘이며 균형에 맞지 않다"면서 "처음에 정부가 저축은행의 비리자, 나쁜 짓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좋지만 그 당시에 벌써 이런 문제를 의논하고 해결했어야 됐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면서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 되며 말로만 적당히 넘어갈 게 아니라 진짜 진정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된다"했다. 이어 "남은 1년 동안이라도 대통령이 친인척이나 또는 청와대 비서진에 대해서 엄격하게 다스려야 된다"면서 "대통령 될 사람도 친인척에 대해서는 정보원을 붙이든가 미행을 시키든가 철두철미하게 감시를 해야된다"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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