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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의료인 처벌' 두고 환자-의사단체 평행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09초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게 10년간 취·개업을 제한하는 속칭 '도가니법'을 두고 환자 단체와 의사단체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제가 된 법안은 성범죄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에게 10년간 취업, 개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환자단체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 일정기간 면허를 정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의사단체는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가혹한 법안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확고히 했다.

15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범죄 의료인 취업·면허제한, 과연 과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신체 노출과 접촉이 많은 의료환경 특성상 벌금형이라도 명백한 형사 처벌을 받았다면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는 "중대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면허를 영구 박탈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형량의 경중 없이 형을 선고받으면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10년간 잃도록 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진료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개정안으로 의사들은 위축 진료, 방어 진료를 하게 돼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환자를 정말 위한다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적 실효성에 대해서도 엇갈린 입장이 나왔다.


박종욱 변호사(법무법인 로엠)는 "개정안을 보면 만약 제재를 따르지 않을 경우 퇴직 권유, 불이행시 과태료 정도의 제재밖에 마련돼 있지 않을 정도로 고민 없이 만들어진 법"이라며 "성범죄의 범위도 상당히 넓게 규정돼 있고, 강간과 음란물 배포 내지는 대여 등의 행위를 똑같은 선상에서 평가하고 있어 비례의 법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는 "이 법은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인 경우 적용되고, 실제 엄격한 증명에 의해 확정판결까지 받은 경우에만 면허가 일정기간 박탈된다"며 "오히려 성범죄 경력을 숨긴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환자들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해 12월 30일 관련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전의총은 반대 성명을 즉각 발표하고 반대 서명을 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또 대통령 탄원서와 함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준비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에 환자단체는 성범죄 의료인 처벌을 10년에서 영구박탈로 강화하는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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