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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률 5.57%·1표당 23만원...이런 재외국민선거 해야하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5초

까다로운 절차에 등록률 5.57%에 그쳐
내국인 투표비용에 27배 수준, 선관위는 213억원 예산 책정
'고비용' 재외선거에 '공정성'과 '실효성' 의문···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오는 4월 19대 총선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재외국민 선거의 선거인 등록이 5.57%의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면서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신청인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도 1인당 투표비용이 23만원 수준으로 내국인 투표비용의 27배에 달한다. 결국 정치권의 탁상공론이 낳은 총체적 부실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총선 재외국민 선거 대상자는 223만 3193명으로, 총선과 대선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잠정 등록자수는 12만 4350명(5.57%)으로, 20명 중 1명꼴로 등록했다.


등록률이 미미하자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80억원에 이어 오는 4월 총선의 재외국민 선거 관리 예산으로 213억원을 책정했다. 최종 등록자가 100% 투표에 참여해도 1인당 투표 비용은 23만원이 넘는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의 내국인 투표비용이 1인당 8427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27배 수준이다. 그나마 선거운동 비용은 뺀 수치다.

재외국민 선거의 저조한 등록률은 까다로운 절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재외선거인 등록을 위해서 반드시 직접 공관을 방문해 등록해야만 했다. 투표 절차도 마찬가지다. 국외부재자 투표의 경우에는 우편 등록이 가능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땅이 넓은 중국이나 미국 지역의 교민들은 공관이 거주지에서 멀어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이틀 이상을 투자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공관이 설치되지 않은 67개국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인근국가의 대사관까지 가야만 했다.


국회는 2009년에 재외국민 선거 실시를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우편 투표와 모바일 투표 방안을 검토했지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재외공관으로 한정했다. 2011년 재외국민 모의선거를 두 차례 진행하면서 제한적 우편투표제 도입 등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재미동포 단체들도 현행 제도가 원거리 유권자들의 참정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공정한 투표가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크기의 95배가 넘는 미국과 중국의 경우 각각 10명과 6명으로 선관위가 꾸려졌다. 이 중 불법선거를 단속할 수 있는 인력은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각 정당이 향우회 위주로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품ㆍ향응 제공 등 불법 선거가 벌어지더라도 이를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르자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8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재미동포 A씨(29)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투표를 하라고 한다"면서 "(현지) 여행사의 부탁으로 선거인 등록은 했지만 투표는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 더 민주주의의 취지에 더 맞다"고 평가했다.


'고비용' 재외선거에 공정성과 실효성이 논란이 되자 정치권은 당황하는 눈치다. 여권의 한 의원은 "헌재 판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시하도록 개정했지만 예상됐던 일"이라며 "19대 국회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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