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웃음. 댄스 가수의 공연에서 이는 당연한 조합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11, 12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인피니트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Second Invasion’은 이러한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좋은 음악과 성실한 퍼포먼스, 즐거운 웃음을 제대로 조화시킨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2010년 6월 데뷔 후 1년 반에 불과한 시간 동안 부지런히 발표한 30여 곡 대부분이 수록된 세트 리스트의 풍성함이야말로 인피니트가 예매 시작 10분 만에 총 8천여 장의 티켓을 매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감각적인 기타 인트로의 데뷔곡 ‘다시 돌아와’로 시작된 공연은 ‘B.T.D’나 ‘내꺼하자’, ‘파라다이스’ 등에서 인피니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손끝, 발끝까지 딱딱 맞아 떨어지는 군무의 절제미를 보여주었고, 기계음 대신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청량한 사운드가 공간을 채웠다. 그룹이 쌓은 다양한 노래들 사이에 등장한 멤버 개개인의 무대도 흥미로웠다. 고등학교 시절 록 밴드에서 활동했던 메인보컬 성규는 솔로 무대 ‘Because’를 강렬한 샤우팅으로 끝맺었고, 우현의 솔로 무대 ‘시간아’는 천정에서 물이 비처럼 쏟아지는 효과를 통해 애절함을 강조했다. 그동안 무대에서 보컬 파트가 적은 편이었던 L은 성종의 피아노 반주와 함께 자신이 과거에 오디션을 보았던 곡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부르며 안정된 가창력을 들려주었고, 성종과 함께 꾸민 ‘트러블 메이커’ 무대에서 현아로 분장한 성열은 격렬한 안무와 함께 원피스의 상의 부분을 찢는 퍼포먼스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8천 장 티켓 매진의 힘
또한 랩과 댄스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호야와 동우는 자신들의 곡 ‘Crying’은 물론 버벌진트의 ‘좋아 보여’를 통해 서로 색깔이 다르면서도 파워풀한 랩을 구사하며 흥미로운 유닛으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성규의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히든 트랙’을 비롯해 셔플 댄스 버전으로 리믹스한 ‘3분의 1’이나, 밸런타인데이를 미리 기념해 멤버들이 이동차를 타고 2층 객석에 초콜릿을 던져 준 ‘하얀 고백’ 등의 무대도 팬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구성이었다. 춤과 노래라는 공연의 기본을 잘 지키는 동시에 멤버 개개인의 가능성, 그리고 아이돌 그룹이 팬에게 주는 즐거움. 인피니트는 그들이 쌓아온 것처럼 아이돌이자 가수로서 충실한 공연을 보여줬다.
비록 지나치게 잦은 VCR과 멘트가 무대의 흐름을 종종 끊어 놓거나 음향이 다소 뭉개져 들린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이번 콘서트는 한 번에 ‘대박’나기보다 한 곡씩 쌓아 올리고 한 명이 이름을 알리기보다 일곱 명이 모인 무대를 통해 팀의 존재감을 얻어 온 인피니트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 준 무대였다. 그리고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처럼 뻔하게 여겨지는 말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이들처럼 미약한 시작으로부터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Second Invasion’은 인피니트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 그리고, 끝이 아닌 그들의 바로 다음이 궁금해진다.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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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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