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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에 '통합'과 '진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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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진보대연합' 구호를 중심으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가 모여 창당한 통합진보당이 위태위태하다. 당내 예비후보 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은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내분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있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좌클릭 경쟁' 구도 속에서 차이점이 돋보이지 않는 점도 고민이다.


◇ 통합진보, 시너지가 아니라 링겔만 효과

진보대연합은 단일 진보정당을 통해 수권 세력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서 출발했다. 비록 진보신당에서 통합안이 부결되고, 사회당이 이탈하면서 완벽한 통합은 이루지 못했지만 유시민·노회찬·심상정 등 진보계의 유력정치인이 모두 모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과 유사한 지지율을 기대하면서 교섭단체 구성을 실질적 목표로 삼았다.


통합진보당 출범 2개월의 평가는 '링겔만 효과(집단 속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효과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정례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진보당 출범 직후 10%대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최근 3%대로 떨어졌다. 통합 직전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것보다 절반도 못 미치는 수치다. 당 지도부는 당명의 인지도 부족을 이유로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패권주의' 여전…부정 선거관리, 당비대납, 부정입당까지?


국민참여당 출신의 유시민 공동대표는 1월 26일 밤부터 약 일주일 넘게 당 회의에 불참했다. 그는 당 게시판을 통해 "통합과 총선 승리를 저해하는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잡을 수단이 없는 현실 앞에서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일단 봉합은 됐지만 국민참여당 출신 뿐 아니라 통합연대 출신 지도부의 문제의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협화음은 지역 곳곳의 총선후보 결정과정에서 드러났다. 공정한 선거를 책임지는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경기 구리와 하남 지역구 총선 후보 경선 날 새벽에 투표용지를 이유로 경선을 연기해버렸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 출신 예비후보에게 유리하도록 한 '꼼수'라는 것이 주된 시각이다. 결국 백현종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교체됐다.


조승수 의원과 이경훈 예비후보가 맞붙는 울산 남구갑 지역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 지역에서 투표권을 가진 기존 당원은 258명이었지만 경선 결정 이후 2주 만에 543명이 추가로 입당했다. 지역구를 옮겨 조직력이 약한 조 의원을 누르기 위해 이 예비후보가 현대차노조의 조직력을 통해 벌인 부정입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들 가운데 60%에 이르는 310명은 당비 대납이나 신분증 등의 신분증 미제출로 투표권을 잃었다.


이를 두고 단순한 '계파 갈등'이 아니라, 다수파인 옛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패권주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정 선거관리나 당비대납, 부정입당하는 현실은 민주노동당이 분당한 2008년 이전의 모습과 흡사하다. 통합진보당 핵심 관계자는 "예상됐던 일이지만, 변화의 노력은 있을 줄 알았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갈라서게 만든 가장 큰 문제인 '패권주의'가 순식간에 해결될 리 없는데도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통합된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시 분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새누리당·민주통합당은 쇄신중… 통합진보당은 후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좌클릭 노선도 통합진보당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조항을 정강·정책에 포함시키고 대기업에 대한 견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민주통합당도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부활시키고 '재벌세' 카드까지 만지작거렸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통합진보당은 차이점을 부각시킬만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쇄신 노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은 비정규직 노동자나 농민, 청년 등을 직접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하면서, 직능단체장 대표나 전문가를 중심으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양당보다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진보정당의 '전매특허'로 여겨졌던 비례대표 현장인물 인선이 양당에서도 이뤄질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 통합진보당은 오히려 '후진'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진보정당에서는 과거에 기초의원이나 기초단체장이 임기도중 사퇴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 경우 사퇴한 후보자가 재·보궐 선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런데 과거의 주장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울산의 시의원이었던 이은주 예비후보는 울산 동구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했다. 경남 도의원이었던 손석형 예비후보도 사퇴하고 경남 창원을 지역에 출마한다. 이들은 모두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진보정당이 과거의 정치 쇄신 방향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 핵심관계자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쇄신하겠다며 진보정당의 각종 제도를 따라하고 있는데, 오히려 통합진보당은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무엇으로 강조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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