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KB금융지주 노동조합이 금융권 최초로 사외이사를 직접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가 이슈인데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시기적으로 적합하지만, 사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KB국민카드 노동조합)는 오는 3월 예정된 KB금융 정기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후보로 김진(40) 변호사를 추천하기 위한 주주제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의 우리사주조합은 KB금융 전체 주식의 0.91%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사외이사 추천에 필요한 0.25% 지분 요건은 무사히 충족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의 기존 사외이사 8명 중 이번에 임기를 마치는 사외이사는 이경재 이사회의장 등 5명이다. 노조는 물갈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사외이사 5명의 자리 중 1명의 후보를 추천, 집중투표 방식으로 선출할 방침이었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소액주주들이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어 원하는 후보를 뽑는 데 유리하다. 전체 주식의 1.0% 이상을 보유한 자가 청구해야 집중투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노조의 움직임이 나오자마자 사측은 일선 본부장을 포함한 전 임원에 대해 비상령을 내리고 주주제안을 저지하고 나섰다. 노조에 따르면 KB금융은 전 직원에게 사내메일을 통해 "노조가 주주제안을 할 경우 평판리스크 때문에 주가가 내려간다"며 "지금이라도 제출한 위임장을 철회해 달라"고 설득했다. 또다른 메일에서는 "주주와 대리인의 인적사항, 신분증 사본, 보유주식수의 정확성 여부 등을 지주에서 확인할 예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주 측의 압박이 커지면서 노조는 당초 금요일로 예정돼 있던 주주제안서 접수를 내일로 앞당기기로 했다. 집중투표 방식의 선임을 청구하기 위한 조건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 측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외국인 투자자들과 주가를 거론하며 사외이사 직접 추진은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설득력이 없다"며 "KB금융 주가의 가장 큰 걸림돌이 어윤대 회장과 지주사 체제이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꼭 사측의 편을 들겠다는 보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조는 내일 주주제안서를 접수한 뒤 KB금융의 우호지분을 제외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김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홍보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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