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1회 MBCevery1 토 밤 11시 30분
“스스로를 구하려는 자영업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이하 <구하라>)의 가장 큰 장점은 화려한 연예계의 “변방”을 비추면서도 구질구질한 패배감이나 피해의식에 젖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들여 키워놓은 배우를 하루아침에 다른 회사에게 뺏기고 원하는 배우와 계약하기 위해서는 원치 않는 광고계약에까지 매달려야 하지만 희 엔터테인먼트의 구희본(박희본) 대표는 주저앉아 신세타령을 하기보다는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연예계 관계자들을 설득한다. 이런 구희본처럼, <구하라> 역시 매 순간 유머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문 닫기 직전의 회사, 파스타 한 그릇 대접할 돈조차 없는 대표, 입봉도 못한 채 대출광고 촬영장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영화감독. 시청자가 현실의 우울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구하라>는 이게 진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마음 편히 웃고 넘길 수 있는 시트콤이라고. 토익 고득점자라는 이유로 채용됐지만 사장의 아이패드에 묻은 지문이나 닦고 있는 직원에게서 서글픈 청춘을, 연예인 X파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자체 X파일을 만들어 놓자며 배우의 성생활을 캐묻는 본부장에게서 웃지 못할 연예계의 현실을 끄집어낸다. 정곡을 찌르되, 정색하지 않는다. 덕분에, 보면서 스트레스가 쌓여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을 깔깔거리면서 볼 수 있다. 실컷 웃고 나면 남 일 같지 않아 씁쓸해지지만 그렇다고 찝찝하진 않다. MBC <무한도전>과 함께 토요일 밤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 줄 시트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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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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